[1] 반어법이다. 하늘과 땅은 어질다. 선인에게도 악인에게도 똑같이 햇빛과 비를 주며, 땅에서 나온 먹거리는 선인과 악인을 가리지 않고 먹혀준다. 그러니 이 어찌 하늘과 땅이 어질지 않을 수 있는가? 꼴개는 제사때 사용하는 지푸라기로 만든 개다. 하늘과 땅이 만물을 꼴개로 삼는다는 것은, 사사로운 정(精)에 매여 편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도 나도 꼴개처럼, 모든 것을 사심없이 공평하게 대한다는 것이다.
씻어난 이도 이와 같다. 씻어난 이에게는 니편 내편이 없다. 씨알도 사랑하고, 그 씨알을 부리는 지도자들도 사랑하며, 심지어는 남들은 원수라 이를 가는 사람들 까지도 씻어난 이에게는 사랑해야 할 대상이다. 씻어난 이가 어떤 사람들을 보고 독한 말을 뱉었다면, 그것은 정말로 미워서 저주하고자 함이 아니라, 편벽없는 사랑에서 터져나오는 안타까움에서 하는 말이다.
[2] 이토록 어질기만한 하늘과 땅 사이에 씻어난 이가 있다. 우리 역시 하늘과 땅 사이에 있으나, 모든 사람을 차별없이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임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씻어난 이는 무엇으로 힘을 얻는 것일까?
하늘과 땅 사이에 부는 '바람'이다. 이 바람이 씻어난 이의 힘이다. 끊없고 끝없이 사랑하게 하는 근원이다. 그럼 이 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가? 어디서 불어오는지는 알 수 없으나, 노자는 이 바람의 출처를 풀무와 같은 무엇이라 말한다. 그 풀무는 열심이 있다. 그 속이 비었는데도 쭈그러들지 않고,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더욱 강력한 바람이 불어나온다. 씻어난 이를 돕고자 풀무질엔 멈춤이 없고, 바람 또한 끝이 없다.
[3] '가온'은 마음이다. 하늘(ㄱ)과 땅(ㄴ)이 만나는 자리. 하나님이 감찰하시고, 바람님이 불어들어오는 인간 실존의 중심이다. 그런데 말을 많이 하는 것은, 그 다함없는 바람을 세보고자 하는 것이요, 바람을 가로 막는 짓이다. 무한의 바람을 세치 혀로 표현하려 했으니, 무한의 것이 유한의 것으로 격하되어 끊어지고 막혔다.
사람을 사랑하게 하는 그 바람은, 말 많음이 아니라 가온을 지킴으로 통한다. 그 바람의 정체가 얼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