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골검'을 풀면 '골짜기 신'이다. 노자는 산골짜기를 바라보며, 모든 물이 그 곳으로부터 흘러나오듯, 모든 만물이 흘러나오는 그 하나를 말하는 것이다. 곧 하나님이다.
그 하나님은 불사. 죽지 않는다. 모든 것을 낳으면서도 죽지 않는 이 한 분을 가리켜, 玄牝. 풀면 '현묘한 어머니'라 한다. 그런데 이것을 '현묘한 어머니'라 풀지 않는 것은 하나님의 여성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감히 남성성, 여성성으로 판단할 수 있나? 그 분은 남성과 여성을 창조하신 분이고, 그 남자와 여자를 하나되게 하시는 분이지, 자기가 만든 속성에 걸리시는 분이 아니다. 남성이냐, 여성이냐는 그저 표현에 지나지 않다. 그 분이 '골검'이시라는 것이 중요하다. 만물을 창조하시는 이시다.
[2] 이 玄자가 기억나니? 우리는 1장에서 이 玄을 이미 보았다. 이름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모두 흘러나오는 그 검은 구멍. 나는 이것을 쉼표도 음표도 뱉는 하나님의 노래하는 입이라 했다. 이 입이 곧 하늘과 땅의 뿌리다. 하늘과 땅은 푸른 하늘과 대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땅은 인간의 차원이요, 하늘은 신의 차원이다. 따라서 하늘과 땅은 곧 모든 것이다. 만유다. 만유가 바로 이 입에서 나왔다.
이것은 5장과도 들어맞는다. 노자는 하나님을 숨님을 불어넣으시는 풀무에 비하지 않았나. 골짜기에서 물이 나오듯, 풀무에서 바람이 나오듯, 이 하나님과 숨님의 사역으로 만물이 조성된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없이, 숨님을 거치지 않고 이 땅에 있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하나는 하나님이신데 하나가 없을 수 있나? 하나도 없다는 말은 그런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모든 것은 하나님으로 비롯되었고, 숨님을 통해 있다. 호흡 없이는 한 곡조도 노래할 수 없듯.
[3] 노자는 또 새로운 비유를 들어 이야기한다. 이 하나님의 입에서 모든 것이 나오는 것을 가리켜 마치 물레가 실잣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한 올의 실이 끊어짐 없이 계속 나온다. 실을 뽑아낼 때 실이 끊어지면 그 실은 못쓰게 된다. 우리말에도 '한올 한올' 같은 말이 있다. 끊임없는 한 줄이다. '올'바름, '옳'음. 모두 그 한 줄이다.
창조주의 입에서 나오는 그 한줄기 말씀이 끝나지 않았다. 즉 창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창세기 1,2장에서 시작된 창조는 계시록까지 가야 비로소 완성된다. 지금? 지금도 창조의 과정이다. 우리는 완성되지 않았다. 창조가 완성에 이르기까지, 그 분의 입에서는 계속 무언가 흘러나오고 있다. 끊어짐없이. 그 무언가가 무엇인가? 말씀이다. 올바름의 기준이다.
말씀하신대로 창조하시는 그 분이시기에, 그 분 입에서 나온 모든 것이 분명 이루어질 것이다. 하나의 실이 나오고 나와서, 인류의 죄악을 덮는 크고 아름다운 옷이, 구멍난 하늘과 낡은 땅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인간과 세계를 덮는 새 담요가 마침내 삼길 것이다. 곡신에게서 흘러나온 물이 만유를 온통 덮을 것인데, 그것은 노아 때처럼 모두를 죽이는 물이 아니라, (죽었던 사람 마저도) 살리는 물이 될 것이다.
이 일을 하나님이 하신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 창조의 일이 피곤하거나 힘들지 않으시다. 오히려 그 일을 기뻐하신다. 왜? 타인의 잘됨이 내 일처럼 기뻤던 적이 있는가? '타인을 위로 두고 행하는 것'을 섬김이요, 사랑이라 않는가. 그 분은 인간과 세계를 사랑하신다. 그래서 섬기신다. 기쁘게 섬기신다. 우리가 잘 되기를 바라신다. 그리고 이 일을 항상 하고 계시니 따로 부지런을 떨 이유도 없으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