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동안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그 분의 말씀을 듣던 어느 제자가 예수께 여쭈었습니다. "예수님, 우리에게도 기도문을 가르쳐주세요. 우리는 어떤 공동체에요?" 그러자 예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너희들은 이렇게 기도하렴!"

 

마태복음 6:9b~15, 사역(私譯)

우리 아빠 하늘 계신 분,
당신의 이름 깨끗게 되리라,
당신의 나라 오리라,
당신의 뜻 되리라,

  하늘에서처럼에도.

우리 오늘 먹을 밥 주세요.
그리고 우리의 빚진 것들을 우리에게서 없애셨습니다,
          우리 역시 우리에게 빚진 이들에게 그랬듯이.
그리고 우리를 시험 속으로 나르지 마시고,
          오히려 눌림으로부터 건지소서.


  예수께서 한 마디 한 마디 하실 때마다, 제자의 머리 속에는 성경 이야기의 그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예수께서 "우리 아빠 하늘의 계신 분"이라고 천천히 말씀하자, 제자는 푸르른 하늘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별로 가득한 밤 하늘, 곧 우주를 떠올렸습니다. 좁은 땅 위에서 싸우고 죽이고 살아가는 사람과 달리, 크고 넓은 하늘을 생각하니 마음이 시원해졌습니다.


  "당신의 이름 깨끗게 되리라"고 예수께서 말씀하시자, 제자는 늘 즐겨 읽던 에스겔서 38장이 떠올랐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혔기 때문에, 그들은 오랜 세월 이방제국의 포로로 지내야 했습니다. 이것은 마치 아담이 하나님의 이름을 더렵혔기 때문에, 에덴에서 쫓겨나 오랜 세월 사탄의 포로로 지내는 것을 보여주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 포로들에게 에스겔이란 예언자를 통해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포로기를 끝내시고, 흩어진 사람들을 다시 출애굽시켜서, 그들을 깨끗하게 하거야! 숨님을 부어서 새 사람이 되게 하실거야!" 그 에스겔의 말에 모두가 희망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지금 예수님에서 흘러나옵니다.

  제자는 의아했습니다. '아직 출애굽은 일어나지 않았는걸?', '아직도 우리는 여전히 로마의 포로인데?' '예수님이 사람들을 모아서 로마를 물리치시려나?' 여러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예수님의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당신의 나라 오리라!"

  제자의 눈이 커졌습니다. 이 '나라'라는 말은 토라 이야기에서 출애굽이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이야기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이집트로부터 출애굽시키시고, 그들에게 '제사장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어린 양을 죽게 하시고, 그 피를 발라 이스라엘을 이집트로부터 건져내신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제사장 나라. 그런데 예수는, 지금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이 제사장 나라가 될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그 중에는 가난한 사람도 많고, 병 든 사람도 많고, 심지어 여자들도 많은데도 이 오합지졸 같은 사람들이 제사장 나라가 된다니요. 제자는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구절은 더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 엄청난 내용이었습니다.



2.


  "당신의 뜻 되리라,

  하늘에서처럼 땅에도"

  이 말만큼은 제자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늘에서 무엇이 되었고, 땅에서 무엇이 되었는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한참 시간이 지난 뒤의 일을 미리 얘기할게요. 예수님은 이 기도문을 가르쳐주시고나서 십자가에 달려 죽임당하셨습니다. 모두가 절망했을 때, 그이는 홀로 부활하셨고, 자신의 죽음이 그토록 기대했던 두 번째 출애굽임을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십자가에 죽고 부활하신 예수를 따르는 이들이 하나님 이름의 깨끗을 위해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제자는 주기도문의 이 구절만큼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부활하신 예수를 만난 요한이 밧모섬에서 계시를 받아 전해주었을 때, 비로소 이 구절이 이해되었습니다. 예수께서 승천하셔서 왕위에 앉으셨을 때, 하늘에서 고발자였던 사탄은 쫓겨났습니다. 그리고 "하늘에서처럼 땅에도 하나님의 뜻이 된다"는 말은, 하늘에서 사탄이 쫓겨났던 것처럼, 마찬가지로 땅에서도 사탄의 자리가 없어질 것이란 말이었습니다. 사도 요한이 계시록에 이렇게 써두었습니다.


요한 계시록 12:7~12

  그리고 하늘에 전투가 있었어요. 미카엘과 그의 천사들이 용과 맞서 싸웠습니다. 용과 그의 천사들도 맞섰으나, 그들은 강하지 않았어요. 하늘에는 이제 용의 자리가 없습니다. 그 큰용은 땅으로 던져졌습니다. 그 용의 정체를 아시지요? 시작부터 있었던 뱀, 사람을 싸우게 만드는 고자질쟁이, 바로 사탄입니다. 모든 사람을 속인 자입니다. 사탄이 하늘에서 쫓겨났을 때, 하늘에서 이런 큰 소리가 들렸어요.


"이제 구원과 능력과 우리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메시아의 출애굽이 이뤄졌다!
즉 우리 가족들을 밤낮으로 하나님 앞에서 고발하는 자가 던져져버린 것이다.

사람들이 사탄을 이겼다. 그들은 어린 양의 피와 그들이 증언하는 말씀으로 이겼다.

그들은 설령 죽음이 다가와도 자기 목숨 살고자 도망치지 않았다.

이 소리를 듣는 에클레시아도 똑바로 해야 한다. 너희들은 하늘을 사는 사람들이다!

그 사탄이 땅과 바다로 헐떡거리며 내려갔다. 이제 땅에서도 사탄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침내 제자는 이해가 되었습니다. 하늘에서 이룬 것같이 땅에서도 이뤄지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름받은 사람들, 에클레시아이고, 바로 자신이었어요. 하나님 이름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사는건, 곧 사탄과는 맞서는 일이었어요. 그 제자가 살던 시기는 로마가 이스라엘을 통치하는 시기였는데, 로마 황제들은 황제를 신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십자가에 매달아 죽였습니다.


  그 제자도 예수님처럼 로마 총독 앞으로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자의 머리 속에는 주기도문의 내용이 남아있었습니다. 자신이 이 땅을 생명으로 다스리는 제사장 나라의 일원이고, 폭력에 폭력으로 앙갚음 하려는 것은 사탄의 유혹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죽음을 이기신 예수를 기억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죽음에 넘겨졌습니다. 그 제자는 X형의 십자가에 매달려 죽었습니다. 그리고는 죽을 때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오, 그리스도 예수님이여, 나를 받아 주소서.

내가 보고 사랑한 주님 안에서 나는 내가 되었나이다.

주님이시여, 당신의 영원한 나라의 평안 가운데

이제 나의 영혼을 받아 주옵소서”


  이 제자의 이름은 안드레입니다. 이 안드레가 처형당한 X형 십자가는 스코틀랜드의 국기이기도 합니다.



3.


  안드레를 비롯해서 예수를 따르는 이들이 예배 때 마다 외우고, 또 외웠던 그 주기도문의 나머지 내용들을 하나씩 살펴봅시다. 앞에서 했던 "우리 아빠"부터 "땅에도"까지는 본래 한 문장입니다. 우리가 확인한 것처럼, 하나님의 출애굽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내용들은 에클레시아가 구체적으로 어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우리 오늘 먹을 밥 주세요.


  즉 에클레시아는 오늘 먹을 밥을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내일도 아니고, 내년도 아닙니다. 오늘만입니다. 마치 출애굽하고나서 먹었던 만나처럼. 우리는 하늘의 새도 땅 위의 들 꽃도 오늘 먹이고 입히시는 하나님이 우리 아빠임을 압니다. 그러니 먹고 사는 문제는 우리의 걱정일 수 없습니다. 이거 걱정하고 살면, 에클레시아답지 않은 것입니다. 두번째는,


그리고 우리의 빚진 것들을 우리에게서 없애셨습니다,
          우리 역시 우리에게 빚진 이들에게 그랬듯이.


  우리는 이 구절을 오랫동안 살펴봤습니다. '희년'에 대한 것이었죠. 즉 빚을 없애주며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사람의 빚을 없애주는 방식은, 1) 단둘이 잘못을 지적해주고, 그래도 그 사람이 빚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든 2) 2,3사람이 말해주고, 그래도 그 사람이 잘못했음을 인정하지 않으면 3) 공동체 전체가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만일 그 사람이 뉘우친다면, 우리는 언제든 그의 빚을 없애주어야 합니다. 그리고는 기억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마지막 구절은,


그리고 우리를 시험 속으로 나르지 마시고,
          오히려 눌림으로부터 건지소서.


  여기서 '시험'이란 말은, 중요한 시대로 넘어가기 전의 과도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말이 너무 어렵다면, 엄마가 아기를 낳으려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엄마 뱃속에서 아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때 엄마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호흡하고 힘내는 일입니다. 그래야 엄마에게서 떨어져 한 생명이 이 땅에 나오고, 그 아이와 엄마가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호흡하고 힘주지 않다가, 아이가 나오지 못하면, 엄마도 아이도 모두 죽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그러한 시절입니다. 하나님은 현시대로부터 오는시대를 낳으시고 계십니다. 그리고 우리도 하나님을 따라 옛창조 안에서 새창조를 살고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시험의 시기'입니다.


  예수님은 이 시험의 시기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누가복음 22:46

"왜들 자고 있느냐? 시험에 빠지지 않도록, 깨나서 기도하여라."


  시험에 빠진다는 말은, 이 과도기에 새 생명을 낳지 못하고 죽어버린다는 말입니다. 그래선 안됩니다. 지금이 호흡하고 힘줘야 할 시기임을 아는 엄마라면, 새 생명을 낳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어떻게? 깨나서 기도하는 일입니다. 예수님의 제자 바울도 같은 말을 합니다.


로마서 8:22,23

창조세계에 속한 모두가 오늘날까지 함께 신음하며

함께 산고의 고통을 겪고 있음을 우리가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 숨결의 첫열매를 받은 우리 역시 속으로 함께 슬퍼하며,

우리 몸이 새롭게 될 것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즉 "우리를 시험 속으로 나르지 마시고"라는 말은, 우리가 아가를 못낳고 그 자리에서 죽지 말게 해달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새 시대를 보지 못하고 그저 시험에 얽매여있게 하지 말아달라는 기도입니다. 오히려, 우리를 고통스럽게 누르고 있는 것에 맞서 견디고 또 견뎌셔 마침내 생명을 보게 해달라는 기도입니다. 그 생명의 세계가 이뤄지면 새 하늘과 새 땅입니다. 이 새 하늘과 새 땅은 우리의 산고와 견딤을 지나 올 것입니다.


높여드림(9월 셋째주).pp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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