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2013)

The Attorney 
9.6
감독
양우석
출연
송강호, 김영애, 오달수, 곽도원, 시완
정보
드라마 | 한국 | 127 분 | 2013-12-18
글쓴이 평점  


1. 


  재판에서 패소했을 때, 나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헌법은 유린되었고,

청년들은 다시 갇히게 되었다.

진실을 말했던 군의관의 증언은 거짓에 짓밟혔고

대한민국도 함께 짓밟혔다.

그러나 이 장면은 끝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게다가 외신기자들도), 

대한민국의 헌법 위에 있는 '거대한 세력'을 폭로한 것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해결하려고 했을 때 엉망진창이 된 상황이,

오히려 새로운 쪽에서 해결된다. 마치 설국열차의 폭발 이후 생겨난 제3의 길처럼.

진정한 변화의 가능성.


2. 


  진정한 변화는 재판에서 멋지게 승리하는 것이 아니더라.

한 사람의 영웅이 나타나 모든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변화가 아니더라.

이런 변화는 곧바로 사그라든다. 생명을 유지하지 못하고, 다시 바위가 된다.

영웅숭배는 변화가 아닌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깨침과 참여가 필요하다.

그 깨침과 참여는 '바위가 아닌 달걀이 되는 것' 

다시 말해, 모든 사람들이 생존 아닌, 생명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

그 때 비로소, 우리는 사회가 안녕하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정한 변화의 가능성이다. 


3. 


  비슷한 폭로와 변화의 역사를 나는 알고 있다. 

그 때도 죄없는 사람을 붙잡아 놨었고,

그 때는 국가를 넘어서, 초국가적인 집단이 한 사람의 인격을 말살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폭로되었다. 

람들이 생명처럼 여기고 있었던 팍스 로마나와 유대의 율법 뒤에 있는, 

죽음을 무기로 생명을 억누르던 거대한 악의 실체가.

그것의 거짓됨이, 그것으로 생존하려던 사람들 앞에 낯낯히.


  그것은 분명 재판의 장면이었다.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면, 죽임당하는 사람이 자신에 대해서 아무런 변호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지.

그는 마치 자신이 그렇게 죽임당해야, 악의 정체가 폭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자신을 향한 부당함을 감당했다.


  사람들은, 심지어 그와 동거동락하던 제자들 조차도, 

진리, 정의, 치유, 모든 것이 그 사람의 죽음으로 끝났다고들 생각했다.


4. 


  그리고 3일 뒤 판결이 이뤄졌다. 독재자의 최후의 무기가 박살나는 순간.

사람들은 그 판결을 보고, 생존이 아닌 생명을 위한 삶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영웅숭배가 아니었다.(물론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내부의 사람들도 영웅숭배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진정한 변화. 깨치고 참여하는, 

생존게임에서 벗어나, 

진리와 정의와 치유에 참여하는 한 사람, 한 사람.


  이것이 그의 나이 33세의 일이었다.

내가 노무현의 죄수번호를 보고 뒷꼭지가 얼얼했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나는 믿음의 자녀인 여러분이 죄를 짓지 않게 하려고 여러분에게 이 편지를 씁니다. 

그러나 혹 누가 죄를 짓더라도 아버지 앞에서 우리를 변호해 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분은 의로우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요한일서 2장1절, 공동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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