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영화를 통해서, 제가 가지고 있는 '관'을 다시 들여다 볼 수 있었어요. 그 '관'은 제가 복음이라 부르는 것인데요. 일전에, 이 '복음'이란 단어에 대한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지 않았습니까? 아마 이 영화를 매개로 해서,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1. 세계와 어둠



  영화의 첫 장면은, 좀비로 가득해진 세상에서 시작합니다. 왜 좀비로 가득해졌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왜 이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인지에 대한 원인 규명은 그 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성서도, 창세기 1장 2절에서, 이 땅의 흑암, 공허, 어둠을 말하나, 그것이 왜 있는지 말해주지 않아요. 다만 분명한 것은, 어둠으로 뒤덮인 도시에 빛이 필요하다는 사실, 그것이니까요. 눈이 먼 사람에게는, 그것이 누구의 죄 때문이냐고 묻는 인과관계가 아닌, 눈이 떠지는 회복이 필요한 것이니까요.


  어쨋든, 도시를 덮고 있는 그 어둠의 정체는, 생존을 위해서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는 비극이에요. 좀비는 인간을 먹어야 하고, 인간은 좀비를 죽어야 해요. 어느 한 쪽이 없어져야만 평화가 올 것같은, 평화를 위해서 지금 당장은 평화를 양보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지금 우리가 실제로 겪고 있는 어둠이에요.


2. 어둠 속 그 빛



  그런데 그 어둠 속에서, 빛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그 어둠 속에서, 빛이 생겨났어요. 그 빛은 경계를 허물고, 먼저 타인에게 다가간 그 사람이 바로 그 빛 이었어요. 어두운 세계에 반드시 필요한, 모두가 갈망한 바로 그 빛. 물론 처음에 여자는 자신과 다른 부류의 존재가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 했지만, 그건 오랫동안 어두운 방에 있던 사람이 밖에 나와 햇빛을 볼때도 그러한 것처럼 일시적인거에요. 두려움은 곧 사라져요.


  그리고 사실 그에게 다가와 자신의 피를 발라준 그 사람은, 이미 그 장면부터 그 시대에 정말 필요한 존재였어요. 두꺼운 장벽에는 이미 그때부터 균열이 시작된 거에요. 비인격에서부터 오지 않은, 그런데 어디서부터 왔는지는 알 수 없는, 그 빛이 어쨋든, 이 세계에 왔어요. 이 세계의 희망으로.


3. 빛과 사람들


  사람들은 이 빛을 만나게 되었어요. 끝없이 타인에게 자신을 전달하려는, 어려움 속에서도 타인을 지켜내려는, 누군가를 위해서 모든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이 빛을 사람들은 만나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 빛은 점점 사람들 마음에도 생기게 되었고, 그 빛은 점점 커져갔어요. 이 빛은 어두운 세계속에 감춰둘 수 없을만큼이나 커졌고, 빛을 만난 사람들은 하나 둘 희미하게나마 알게 되었어요. 이 빛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이 세계의 갈등을 멈추게 하는 일이 되리라는 것을. 그렇게 어둠에 묻혀 있었던 자들은, 하나 둘 다시 인간다움의 여정을 떠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 빛을 원치 않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누군가는 세상에 없는 일이라며 비웃고, 

누군가는 그 빛을 없애려고 했어요. 그 빛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을 두려워 하는 사람들이에요. 자기 안에 있는 마음의 경계든, 자신 밖에 있는 물리적인 경계든, 함께 하는 것이 두려웠던 사람들은 빛을 낯설어하고 싫어했어요.


4. 빛의 죽음과 부활


  그 빛이 죽임 당합니다. 그 죽음은 부당한 죽음이었어요. 인간다움을 거절한 비인격들에게 떠밀려서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인간 대표자의 결정에 의해 사형을 당했어요. 빛은 그렇게 죽었어요. 그렇게 세계는 모든 희망을 잃어버리는 줄 알았어요. 빛이 그렇게 이 세계에서 소멸되는 줄 알았어요.


  그러나 그 빛은 소멸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자신을 죽였던 사람들의 미움과 증오를 스스로 받아내고,(그럼에도 다시 반격하지 않고) 물과 피를 지나, 새롭게 태어났어요. 죽음을 통과해서 생명의 반대편으로 나왔어요. 그는 말 그대로 무덤에서 일어난거에요. 무덤에서 일어난 결과는? 진정한 인간다움이었어요. 아, 사실 원래 인간은 그러한 것이었죠. 용서와 사랑. 이해와 차별없음. 정의와 신뢰. 이것이 원래 인간의 모습이었음을, 빛은 모든 삶을 통해, 그리고 죽음과 다시 일어섬을 통해 몸소 보여주었어요.


  더불어 이것은 인간과 세계의 위대한 전환점이었어요. 죽음을 이겨낸 새로운 존재. 사실, 서두에서 밝혔듯 '출처를 알 수 없는 세계의 문제'는, '생존을 위해서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는 비극'이었잖아요. 그런데 이 새로운 존재는 더이상 생존을 위해서 누군가 죽일 필요가 없는 새로운 사람이에요. 마음으로도 몸으로도. 그러면서도 분명한 '인간'이에요.


5. 빛과 새로운 세계


  이제 세계는 새로워집니다. 이 한 사람을 통해 세계는 희망을 봅니다. 진정한 인간이 되는 길을 걷습니다. 그 길의 끝에는, 죽음을 이기고 새로운 존재로 도약하는 길이 약속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장벽은 더이상 나를 지켜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장벽은 타인에게 전진하는 것을 방해물일 뿐입니다. 그렇게 인간과 세계는, 어둠은 빛으로, 혼돈은 질서로, 공허는 의미로 채워집니다. (비인격은 소멸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따뜻한 몸들'이 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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