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침묵 - 데이비드 웨이고너

별들의 침묵 

                      데이비드 웨이고너

 

한 백인 인류 학자가

어느 날 밤 칼리하리 사막에서

부시맨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신은 별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부시맨들은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어 했다.

그들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그가 농담을 하고 있거나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고 믿으면서.

 

농사를 지은 적도 없고

사냥할 도구도 변변치 않으며

평생 거의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살아온

두명의 키 작은 부시맨이

그 인류학자를

모닥불에서 멀리 떨어진 언덕으로 데려가

밤하늘 아래 서서 귀를 기울였다.

 

그런 다음 한사람이 속삭이며 물었다.

이제는 별들의 노랫소리가 들리느냐고.

그는 의심스런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지만

아무리 해도 들리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부시맨들은 그를 마치 아픈 사람처럼

천천히 모닥불가로 데려간 뒤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말했다

참으로 안된 일이라고, 참으로 유감이라고.

 

인류학자는 자신이 더 유감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자신과 자신의 조상들이

듣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에 대해.

 백인 인류학자와 부시맨들은 서로 다른 전통 위에 서있다. '백인 인류학자'라는 말이 그가 서있는 전통을 대변한다.

  레비스트로스가 <야생의 사고>를 통해 '원시인이 미개하다'는 현실의 통념을 산산조각냈다. 그들도 이성적이다. 이성적이지 않은 인간은 없다. 그러니 '이성'을 가지고 사람을 판가름할 수 없는 것이다. 이성은 우리에게 공기처럼 익숙한 방법이다. 

  오히려 이성을 뒤에서 움직이는 더 깊은 층위의 기제가 있다. '전통'이다. 부시맨들도 이성적이고, 백인 인류학자들도 이성적이다. 그런데 백인 인류학자의 전통은 별들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단절된 전통이요, 부시맨들의 전통은 별들과도 연결되어 있다.

  서로 서 있는 토대가 다를 때, 그 양쪽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한 쪽에서 자연스러운 별들과의 대화가, 다른 한 쪽에서는 부적절한 것이 된다. 

  인류학자의 씁쓸함이,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전통을 되돌아보게 한다. 당신에게는 그이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들리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릇된 전통 위에 서 있다.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