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19:23~25, 새번역

너희가 그 땅으로 들어가 온갖 과일나무를 심었을 때에,

희는 그 나무의 과일을 따서는 안 된다.

과일이 달리는 처음 세 해 동안은 그 과일을 따지 말아라.

너희는 그 과일을 먹어서는 안 된다. 

넷째 해의 과일은 거룩하게 여겨,

그 달린 모든 과일을 주를 찬양하는 제물로 바쳐야 한다.

그러나 과일을 맺기 시작하여 다섯째 해가 되는 때부터는,

너희가 그 과일을 먹어도 된다. 이렇게 하기만 하면,

너희는 더욱 많은 과일을 거두어들이게 될 것이다.

나는 주 너희의 하나님이다.

 

  즉 처음 3년 까지의 열매는 첫 열매가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4년째의 열매가 첫 열매이고, 이 첫 열매를 드리고 난 뒤 과일을 먹을 수 있습니다. 이 과일 나무에 관한 규례의 앞 뒤에는 '혼합을 유의하라'는 내용들입니다.

 

-가축을 다른 종류와 교미시키지 말 것

-가나안 출신의 노예 여성과 관계하지도 말 것

-과일 나무를 3년째 방치, 4년째 첫 열매를 드리고, 5년째부터 먹을 것

-가나안 땅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닮지 말 것(피째 먹기, 점보기, 마술, 머리와 수염 스타일, 문신...)

 

  가나안 땅에 살던 삶의 방식과 섞이지 말라는 전체 맥락 안에서 읽으면, 이 과일나무 규례도 단순 농경에 관한 법을 넘어 이스라엘 정체성을 보여줍니다. 즉 이스라엘은 이제 가나안 땅에 들어가 뿌리내릴 것이지만, 그 땅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그 땅을 하나님의 뜻에 따라 다스려야 합니다. 따라서 과일 나무는 다름 아닌 이스라엘 자신을 상징합니다! 그 땅에 뿌리 내리면서도, 그 땅에 영향을 이겨내며 견디는 기간 동안, 과일 나무는 그다지 좋은 열매를 내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견딤을 통해 그들은 끝내 보기 좋고 맛도 좋은 열매를 하나님께 먼저 드릴 것이고, 이후 그 우상숭배의 땅에 새로운 삶의 열매를 가져올 것입니다. 가나안 땅에서 과일 나무를 재배하며,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누구인지 확인했을 것입니다. 그 땅의 타락한 생활 방식에 맞서야 한다는 레위기의 법들을 떠올리며 말입니다.

 

  여담으로 함무라비 법전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습니다. 함무라비 법전은 B.C. 18세기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법률을 집대성한 것인데, 그 법률에도 경작인에게는 4년이라는 시간이 보장됩니다.

 

60조 - 누군가 과수원 경작인에게 토지를 주어 과수원을 세우게 할 경우, 과수원 경작인은 4년간 과수원을 돌보고, 5년째에 땅주인과 경작인은 과수원을 똑같이 나눠갖되, 토지의 주인이 그의 몫을 선택해 가져간다.

 

  즉 오늘날 처럼 농경이 발달되지 않은 고대에는, 좋은 열매를 얻기까지 3년 이상 걸렸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상의 내용을 통해 레위기는 고대 근동에서 통용되던 법들과도 유사하면서도, 이스라엘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법률에 녹이려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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