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26:35~56

  우리가 오랜 시간에 걸쳐 살펴본 내용들을 다시 간략하게 요약해봅시다. 1) 성전에서 나오시며 하신 끝에 관련된 이야기, 2) 끝을 대비하며 깨어있으라는 비유들, 3) 예수를 죽이려는 가야바 일당의 음모, 4) 마리아의 온전한 노동, 5) 유월절 식사와 제자들의 배신 예고 7) 가룟 유다의 배신. 이 이야기들은 며칠 안되는 사이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러니 위 내용들을 읽을 땐 전체 맥락을 염두해가며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예수께서는 무엇을 의도하고 계시는가?' 이것을 파악하기 위해 깨어있어야 합니다.

마태복음 26:35~56, 개인번역

  베드로가 그이에게 말했다.

  "그리고 만일 내가 당신과 함께 죽어야만 한다면, 

  나는 결코 당신을 부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같이 모든 제자들도 말했다.

  지난 본문의 마지막 절은 예수께서 제자들과 찬송을 부르며 올리브 산으로 올라가시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제자들 모두가 배신할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목자를 치리니 양 떼가 흩어질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일으켜짐과 갈릴리로 가실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을 듣고 베드로가 먼저 말 문을 열었습니다. 자신은 결코 배신하지 않겠다고. 베드로 뿐만 아니었습니다. 모든 제자들도 배신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붙잡히실 때, 예수의 주변에는 이들 중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예수는 이 잠재적 배신자들을 데리고 '겟세마네'라는 곳으로 가셨습니다.

  그때 그들과 함께 에수께서 겟세마네라고 이야기되는 공간 속으로 들어가셨다, 

그리고 그이의 제자들에게 말하셨다, 

  "너희는 내가 돌아올 때까지 여기에 앉으라, 나는 저기에서 기도한다."

  그리고 그 베드로와 그 세베대의 아들 둘을 곁에서 붙잡으시고 슬퍼하며 고통스러워 하기 시작하셨다. 그때 그이가 그들에게 말씀했다.

  "죽음 직전까지 내 프쉬케가 극도로 슬픈 상태이다.

  너희들은 여기에서 머물러라, 그리고 나와 함께 깨어 있으라(경계하라)."

-기름 짜는 틀 속의 예수
  겟세마네는 '기름 짜는 틀'이란 뜻입니다. 그곳에서 올리브들이 압착되어 기름을 내듯이, 예수도 아무 것도 의지할 수 없도록 압착되어 새로운 현실을 내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 밤(잡히신 밤은 목요일이 됩니다)은 예수에게 있어서 자신을 둘러싼 모두들, 즉 신과 제자들의 침묵 속에서 홀로 견뎌야 하는 밤입니다.

  예수는 자신의 제자들에게 함께 기도하자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함께 모여서 같은 주제를 통성으로 기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자들은 "여기", 예수는 "저기"에 다소 떨어져 앉아서. 그리고 예수는 "저기"로 가시기 전에, 베드로와 세베데의 아들들을(이들은 예수께서 영광 받으실 때에 오른쪽과 왼쪽을 요구했던 사람들입니다) 붙들고 간곡히 부탁하셨습니다. 그 부탁을 개역한글은 다음과 같이 번역했습니다.

마태복음 26:38, 개역한글
이에 말씀하시되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나와 함께 깨어 있으라 하시고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라는 번역은 예수께서 실제 죽음을 의미하는 것으로는 들리진 않습니다. 이때 "마음"으로 번역된 단어는 '프쉬케(ψυχη)'인데, 기본적으로 '호흡'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고, '목숨'으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물론 '마음'이란 뜻도 있습니다. 저는 예수께서 자신의 실제 죽음을 말씀하셨고, 죽기 직전까지 자신의 상태가 극도의 슬프다는 상태를 제자들에게 터놓고 말씀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슬픔은 단순히 자신의 죽음에 대한 걱정이나 연민이라기 보다는, 예루살렘의 죄악에 의해서 자신이 죽임 당하고, 또 그 예루살렘 마저도 멸망하는 비참함과 관련되어 있을 것입니다. 또 이 격변의 시기를 온 몸으로 돌파해나갈 제자들에 대한 걱정이 섞인 감정일 것입니다. 

  게다가 "내 프쉬케가 극도로 슬픈 상태이다"라는 표현은 시편 42편의 인용이기도 합니다.

시편 42:5, 개역한글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망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하여 하는고
너는 하나님을 바라라
그 얼굴의 도우심을 인하여
내가 오히려 찬송하리로다^[각주:1]

-다시 "깨어있으라."
  또한 본문의 "깨어 있으라"는 단순히 "지금 잠들지 말고 기도하라"라는 뜻도 있겠지만, 좀 더 넓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저 "깨어 있으라"는 예수께서 이전부터 줄곧 제자들에게 주지시킨 내용이자, 앞에서 제시된 모든 비유들의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마태복음 24:42, 개역한글
그러므로 깨어 있으라 어느 날에 너희 주가 임할는지 너희가 알지 못함이니라

마태복음 24:43, 개역한글
너희도 아는 바니 만일 집 주인이 도둑이 어느 시각에 올 줄을 알았더라면 깨어 있어 그 집을 뚫지 못하게 하였으리라

마태복음 25:13, 개역한글
그런즉 깨어 있으라 너희는 그 날과 그 때를 알지 못하느니라

  즉 예수께서 '깨어있으라'라고 말씀하신 것을 정말 지켜야 할 때가 정말로 임박한 것입니다. 무고한 자를 죽여서까지 권력을 유지하려는 예루살렘의 멸망이 임박했고, 그 멸망 속에서 인자가 인자로서 드러나는 일도 임박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앞으로 가셔서 그이의 얼굴로 떨어지셨다, 기도하며 말씀하시길,

  "아버지여, 만일 가능하다면, 바로 이 잔이 나로부터 비껴갈지어다.

  그러나 내가 욕망하듯 아니라, 오히려 당신이 욕망하듯이."

-불완전한 신
  예수는 "저기"로 가셔서 엎드려 기도하셨습니다. 그 기도 내용은 "바로 이 잔"에 관한 것인데, 이 잔은 야고보와 요한이 마시겠다고 요구했던 바로 그 잔이자(마태복음 20:23), 예수께서 유월절 식사에서 언급하신 바로 그 잔입니다(마태복음 26:27,28). 

  예수의 기도는 "만일 가능하다면"으로 시작됩니다. 예수는 "그 잔이 나로부터 비껴갈지어다"하고 기도하셨습니다. 그런데 예수는 신이 아닙니까? 우리는 '신'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완전함, 영원함, 전지전능함 같은 추상개념들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는 이교의 신들과 정확히 부합합니다. 포이어 바흐는 인간의 두려움이 투영된 결과가 신이라 주장했습니다. 즉 신은 인간이 만든 피조물이라는 것입니다. 그 피조물 신은 완전합니다. 그래야 불완전한 인간이 기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는 그런 신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고뇌하는 신, 가능성을 타진하는 신, 괴로움을 피하고 싶은 신이었습니다. 이런 면들은 신이라기 보다는 인간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해보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이 신이라는 사실이야 말로 기독교가 보여주는 진리입니다. 

  인간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고난을 피하게 하는 누군가'가 아니라, 내가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완전을 향해 걷는 그 한 걸음입니다. 완전을 향해 걷는 그 한 걸음이 고뇌와 갈등, 그리고 아무도 지지해주지 않는 외로운 걸음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겟세마네의 예수를 통해서 배웁니다. A.D.1세기 기독교가 "무신론자들"이라고 불렸던 것은, 고뇌하는 한낱 인간이 신이라는 사실을 그 당시 사람들과 종교들이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는 고민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가룟유다를 선두로 해서 유대 지도자들과 군병들이 예수를 잡으러 오고 있습니다. 어떤 대책을 세우거나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그들에게 잡힐 것이고, "이 잔"은 예수로부터 비껴가지 않을 것입니다. 즉 시간 싸움입니다. 남겨진 시간 속에서 예수는 뭔가 행동을 하던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그저 잡혀가는 것말고 다른 결론은 없습니다.

  예수의 기도는 자신의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대로 되기를 구하며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 아버지의 뜻은 "그저 맡기면 잘 되겠지"가 아닌, '자신이 잡혀 죽는 것'이라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제자들을 향해 오셨고 그들이 자고 있음을 발견하셨다, 

그리고 그이가 그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이처럼 너희들이 강하지 못하느냐,

  한 시간동안 나와 함께 경계하는 것에?"

  너희들이 깨어있으라 그리고 기도하라, 

  이는 너희들이 시험 속으로 들어가지 않기 위함이다.

  한 편으로 그 숨결(το πνευμα)은 앞으로 욕구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살몸(σαρξ)는 연약하다."

-시험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예수는 기도를 멈추시고 다시 "여기" 있는 제자들을 찾으셨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깨어있으라"는 예수의 반복에도 불구하고 자고 있었습니다. 예수께서 베드로를 깨워 말씀하십니다. 한 시간도 깨어있지 못하다면, 이 험난한 더 긴 시간을 잘 헤쳐나갈 수 있겠냐고. 그리고 다시 말씀하십니다. "깨어있으라."

  그 "깨어있으라"의 촉구는 "시험" 속으로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예수께서 이 밤에 깨어서 기도하시는 것은, 지금 이 시간을 시험이라 생각하셨기 때문입니다. 시험은 희랍어로는 '페이라스모스(πειρασμος)'입니다. 이 단어는 흔히 "유혹", "시험"으로 이해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반영해야 할 것은, 이 유혹과 시험이 '한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 넘어가는 전환'을 전제한다는 것입니다. 즉 "시험에 들어간다"는 말은 새로운 시대가 도래함에 있어서 옛 시대의 관념, 통념, 태도, 습관, 안일함 때문에 정작 새 시대에 동참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리킵니다. 마태복음 4장의 사탄의 시도를 예수께서 "시험"이라 말씀하신 것도 사탄이 제시하는 문제 해결 방식(먹을 것/사람들의 인정/세상의 영광)은 새 시대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겟세마네의 예수는 조취를 취할까, 기다렸다가 잡혀 죽을까의 결정에 놓여있고 이는 분명 시험입니다. 그래서 깨어 기도해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잘못된 선택을 내리게 될 것이고 일을 그르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태는 시험에 깨어있던 예수와 자고 있던 제자들의 극명한 대조를 보여줍니다.

-성령/살몸

  개역한글은 이어지는 구절을 "마음으로는 원이지만, 육신은 약하도다"로 옮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마음'과 육신으로 구성되어 있고, 마음으로는 바라고 있지만 이 연약한 '몸뚱이' 때문에 시험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이 구절이 워낙 경구처럼 유명해지긴 했습니다만, "마음"으로 번역된 말은 "프뉴마(πνευμα)"입니다. 게다가 본문의 프뉴마에는 정관사가 붙어 있습니다. "그 숨결"입니다. 그리고 이 프뉴마와 맞서는 개념이 '사륵스(σαρξ)'입니다. 바울서신에서의 그 유명한 대립이 복음서에 등장하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바울서신에서 의미하는 바가 아닌, 그저 관용적인 표현일 것이라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이 프뉴마와 사륵스의 대립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저는 "깨어있으라"라는 그이의 말씀을 겟세마네 사건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적어도 마태복음 24장 이후 말씀하셨던 긴 담화의 주제로 생각한다면, 본문의 사륵스와 프뉴마의 대립을 바울이 사용하는 용례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마태는 바울이 프뉴마와 사륵스를 사용하는 용례를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사륵스는 '사멸할 인간성', '죽을 수 밖에 없는 인간성'을 뜻합니다. 즉 시험에 빠지지 않기 위해 깨어있는 것은 사멸할 인간성으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앞으로 나가기를 욕구하는 그 숨결만이 그 시험의 틈새를 도약하여 오는시대의 주체로 서게 합니다. 따라서 이 구절은 제자들의 나약함에 대한 핀잔이나 한탄이라기 보다는 '성령을 통해 사륵스를 극복하는 것'이 시험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길이고, 지금 예수와 제자들이 마찬가지의 상황에 직면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기도는 살몸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길 욕구하는 그 숨줄을 붙들고 있게 합니다. 

  그리고 이상이 '기도-제자들에게 말씀하심' 패턴'의 첫 등장입니다.

  다시 두 번째로부터 떠나서 말씀하기 시작했다.

  "나의 아버지여, 만일 내가 그것을 마시는 것 외에 

  그것을 비껴가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당신의 그 욕망이 (실현) 될 지어다."

-두 번째 기도
  예수의 두 번째 기도도 조건절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첫 번째 기도가 "가능하다면"의 긍정문이었다면, 이번에는 마찬가지로 조건문이긴 하지만 그 내용이 부정문이 제시되었습니다. 즉 "가능하지 않다면". 그리고 앞에서 "비껴갈지어다"라는 기도문은 "당신의 그 욕망(뜻)이 실현될 지어다"가 되었습니다. 이 두 번째 기도를 통해 가능하던지, 가능하지 않던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결론은 한 가지입니다. 바로 아빠의 뜻(욕망)입니다. 인간 예수는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오셔서 그들이 자고있음을 발견하셨다. 

왜냐하면 그들의 눈들이 이미 무거웠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기도 이후 제자들을 찾아오셨으나, 그들은 여전히 자고 있었습니다. 깨어있으라는 예수의 말씀이 무색하게도. 또 무어라 말도 붙일 수 없을만큼 그들은 깊이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내버려 두시고 다시 떠나서 셋으로부터 기도하셨다, 

바로 그 말씀으로 다시 말하시며.

  그때 그이가 그 제자들을 향해 와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그 남은 것동안 자라, 그리고 중단하라/쉬어라.

  보라, 그 시간이 도래했고 
  그 사람의 아들이 죄인들의 손들 속으로 팔아 넘겨진다.

  너희들은 일으켜져라, 우리 이끌자,
  보라 나를 팔아넘이는 자가 도래했다."

-세 번째 기도

  예수는 자는 사람들을 내버려 두시고, 다시 세 번째 기도를 시작하셨습니다. 역시 기도 내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가능한 조건이든, 불가능한 조건이든 아버지의 욕망이 실현되는 것.

-결정하지 않기로 한 결정
  하나님은 예수에게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고, 예수는 제자들에게 자신을 지지해줄 것을 요구하셨으나, 제자들도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예수를 둘러싼 존재들의 침묵 속에서, 예수는 이제 기도를 마치고 제자들에게 다른 이야기를 전하셨습니다. '이제 자라' 아마도 제자들은 자고 있으면서도 어떻게든 기도를 해보려고 깨어났다가 잠들다를 반복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그들은 기도하지 않아도 됩니다. 예수는 결정했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기로. 

  시간이 되었기에, 더 이상 기도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 시간은 예수가 배신자에 의해서 팔아넘겨지는 시간이고, 메시아가 부당하게 살해되는 시간입니다. 이는 곧 "야훼의 날"이며, 하나님의 진노가 쏟아질 것입니다. 이 저주의 날이 예수를 팔아넘기려는 배신자에 의해 도래했습니다.

  그리고 아직 그이가 말하실 때,
보라 유다가 그 열둘 속으로 왔고
그와 함께 많은 군중이 대검들과 나무들과 함께
그 대제사장들과그 씨알의 장로들로부터 (왔다).
그런데 그이를 팔아넘긴 이는 그들에게 표적을 주었고, 말하길, 

  "그를 만일 내가 입맞춘다면, 그가 바로 그이입니다. 당신들은 그이를 붙잡으시오."

  그리고 곧장 그 예수 앞으로 가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랍비여."

  그리고 그이에게 입맞췄다. 그런데 예수가 그에게 말했다.

  "친구여, 자네 곁에 있는 자에게 (하시게)."

  그때 그가 앞으로가서 두 손을 그 예수에게 던졌고 그이를 붙잡았다.

그리고 보라, 예수와 함께 있는 사람들 중 하나가 그 손을 뻗어 자신의 그 대검을 뽑았고

그 대제사장의 종을 쳤고 그의 귀가 떨어져 나갔다.

-랍비여, 친구여
  예수는 아직 말씀하고 계신데, 유다가 그 열 둘 속으로 왔습니다. 그 "열 둘"이란 예수와 열 한 제자일 것이고, 마태의 이 표현 속에서 유다는 그 열 둘에서 배제되어 있습니다. 그 배신자는 대검과 몽둥이로 무장된 많은 군중들과 함께, 그리고 예수께서 비판하셨던 유대 지도자들과 함께 나타났습니다. 배신자는 입맞춤의 표적(신호)을 주었고, 그 표적에 따라 예수는 체포되었습니다. 배신자는 유월절 식사 때 그이를 불렀던 동일한 호칭으로 예수께 입맞추었습니다. 부르는 호칭은 같으나 입장은 정반대가 된채로. 그러나 예수는 자신을 배신한 제자에게 여전히 "친구"라는 호칭으로 따뜻하게 불러주셨습니다. 

  예수께서 가룟유다에게 건내신 말씀은 마태복음에만 등장합니다. 아주 간략한 문장인데(ἑταῖρε, ἐφ’ ὃ πάρει.), 번역하기가 까다롭습니다. 개역한글 번역은 "네가 무엇을 하려고 왔는지 행하라"라고 번역했지만, 원문에는 "행하라"라는 동사가 없습니다. 직역한다면, "자네 곁에 있는 그것으로" 정도로 미완결된 문장처럼 번역할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 이 말을 하시자 예수가 친구라 부르신 그 배신자는 곧장 행동에 옮깁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예수와 함께 있는 사람들 중 하나(베드로)"가 자신의 칼을 뽑아 대제사장의 종의 귀를 내리쳤고, 귀가 땅에 나뒹굴었습니다. 어쩌면 베드로는 예수께서 고민하셨던 바로 그 행동을 한 것이 아닐까요? 대검을 들고 오는 사람에게 대검으로 맞서는 것이 일반적이고 바로 그것이 '사륵스(σαρξ)'일테니 말입니다. 베드로가 새 시대의 문턱에서 시험에 빠지는 순간입니다. 예수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했다.

  "너의 그 대검을 그 대검의 장소 속으로 돌려라.

  왜냐하면 대검을 취한 모든 이들은 대검 안에서 멸망하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너희들은 내가 나의 아버지 곁에서 말할 수 없다고 여겼느냐?

  그리고 내 곁에 열 두 천사 군단들의 넘치는 열 둘이 섰을 것이다."

  그러면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는 그 기록들이 '어찌' 채워지겠느냐?"

  예수는 베드로에게 "대검을 취한 모든 이들은 대검 안에서 멸망하기 때문"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는 대검을 통한 멸망, 즉 폭력으로 타자와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지 않습니다.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입니다. 힘이 있지만 그 힘을 발휘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예수는 만일 폭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 타자를 억누르고 끝내 소멸시키는 것이 나의 문제 해결 방식이라면, 성경 기록들은 채워질 수(성취될 수) 없을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베드로에게 말씀하신 이후 이제 군중들에게도 말씀하십니다. 주제는 다시 "대검"입니다.

  바로 이 시간에 예수께서 그 군중들에게 말하셨다.

  "너희들이 대검들과 나무들과 함께 혁명가에게 나가듯이, 나를 취한다.

  날들을 따라 내가 그 성전 안에서 가르치며 앉아있었고 너희들은 나를 붙잡지 않았다.

  그런데 온 이것이 (실현) 되었다, 이는 그 예언자들의 그 기록들이 채워지기 위함이다."

  그때 모든 제자들이 그이를 내버려두고 도망갔다.

  "너희들이 대검들과 나무(몽둥이)들과 함께 혁명가에게 나가듯이, 나를 취한다" 이때 혁명가는 로마 제국을 폭력으로 대면하려는 사람을 말합니다. R.T.프란츠는 정치적 늬앙스 없이 "산적" 정도로 이해하자 했습니다. 예수를 잡으러 온 이들은 마치 산 속에 숨어서 게릴라 전투를 준비하는 혁명군 수장을 잡으려는 사람들처럼 나타났습니다. 폭력을 사용하려는 사람을 폭력으로 진압하려는 듯 말입니다. 그러나 예수는 산적도, 혁명가도 아닙니다. 그 사실은 예수를 잡으러 온 이들이 더 잘 압니다. 예수는 얼마 전에도 성전에서 가르치고 계셨습니다.

  이 부조리한 대처.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자에게 폭력을 쏟아붓는 이 참혹함. 그런데 예수는 이것이 예언자들의 기록들이 채워지기 위해 실현된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목자에게 재앙이 시작되었고, 그의 양 떼들은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그가 말했던 대로.

1. 42:11과 43:5가 동일한 구절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