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은 신명기를 집중적으로 인용한다(직접적으로는 83회, 암시적인 인용까지 합하면 약 100회). 특히 바울의 로마서는 신명기를 복음의 결론으로 제시한다.
신명기는 아브라함에게 알려진 땅을 차지하기 전, 그 땅에서의 생활방식을 재고하는 책이다. 그리고 신약이 신명기를 집중적으로 인용하는 것, 그리고 구약의 중요한 주제였던 "땅"이 더이상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신약이 가리키고 있는 사람이 이미 그 땅을 차지했다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았음을 암시한다. 이미 그 땅을 차지했다. 즉 메시아 예수를 통해 에클레시아의 삶을 살게 된 이들은, 이미 약속의 땅에 들어온 것이고, 히브리서 기자의 말대로라면 이미 안식이 시작된 것이다.
신명기는 이러한 입장에서 독해되어야 한다. 모세가 지시하고 있던 그 땅에서의 생활방식이 우리에게서 실현되었다는 함의 없이는, 신명기 독해는 그 의미의 중핵을 상실하게 된다. 즉 참조점으로서 시간이다. 흔히 '성취가 시작되었다'는 표현은 직선적인 시간관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질적인 시간을 함축하고 있다. 즉 '성취'는 이미 시작된 것의 끝을 가리키므로, 만일 무언가가 성취되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의 시작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해야 하는 성취는 성취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성취는 '시작된 것의 종결'이다. 그럼에도 성취로부터, 혹은 성취 안에서 무언가가 시작되었다면, 그 시작은 성취 자체를 불완전하게 만드는가?
성취는 여전하면서도 여전히 시작되는 것이 메시아의 시간, 시작과 끝이 맞닿은 새로운 시간이 에클레시아의 시간이고, 에클레시아는 그 시간 속에서 이미 이뤄진 성취의 결과이자, 새로운 생성으로서 나타났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신약의 시간을 가지고 신명기를 '회귀적'으로 다뤄보자. 신명기 26장을 다음과 같이 읽을 수 있다.
1절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기업으로 주사 얻게 하시는 땅에 네가 들어가서 거기 거할 때에
신명기 26장이 지시하는 시간은 에클레시아의 현재를 의미한다. 그 현재는 바스라진 크로노스의 시간인데, 현시대의 파국 속에서 상속의 오늘을 미리 살기 시작한 것이다. 그 시간 속에서 에클레이사의 실천과 대화가 명시된다.
2,3절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시는 땅에서 그 토지 모든 소산의 맏물을 거둔 후에 그것을 취하여 광주리에 담고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으로 그것을 가지고 가서 당시 제사장에게 나아가서 그에게 이르기를
'내가 오늘날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 고하나이다
내가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주리라고 우리 열조에게 맹세하신 땅에 이르렀나이다'
할 것이요.
그들은 차지한 땅에서 얻게 된 모든 소산의 맏물을 거둔 후에 그것을 제사장에게 바친다. 그가 맏물을 바치는 것은 "땅에 마침내 이르렀음"을 확증하기 위한 제스쳐이다.
*창세기 읽기를 거치고 온 지금, '장자'는 먼저 태어나 권력을 독차지 하는 남성, 차기 지배자'가 아니라, '고생하면서도 섬기는 사람'으로 읽힌다. 신명기 21:15~17은 장자의 상속권에 관해 말하는데, 두 명의 부인이 있다면 "사랑받는 자"의 아들을 장자로 삼지 말고, "미움 받는 자"의 아들을 장자로 인정할 것을 명한다. 미움받는 자의 아들이지만 장자로 인정된 자는 "자기 기력의 시작(레쉬트)이라. 장자(베코라)의 권리(미쉬파트)가 그에게 있느니라"
베코라는 레쉬트와 연결되고, "소산의 맏물" 역시 '레쉬트'를 사용한다. 시작. 창세기에서 이 단어는 "태초"로도 번역이 되었다. '처음 것을 하나님께 드린다'는 의미. 처음 난 것은 하나님의 것이라는 출애굽기의 울림. 무엇일까.
4~10절a 제사장은 네 손에서 그 광주리를 취하여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단 앞에 놓을 것이며 너는 또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 아뢰기를
'내 조상은 유리하는 아람 사람으로서 소수의 사람을 거느리고 애굽에 내려가서
거기 우거하여 필경은 거기서 크고 강하고 번성한 민족이 되었더니
애굽 사람이 우리를 학대하며 우리를 괴롭게 하며 우리에게 중역을 시키므로
우리가 우리 조상의 하나님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니
여호와께서 우리 음성을 들으시고
우리의 고통과 신고와 압제를 하감하시고
여호와께서 강한 손과 편 팔과 큰 위엄과 이적과 기사로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시고
이 곳으로 인도하사 이 땅 곧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주셨나이다
여호와여, "이제" 내가 주께서 내게 주신 토지 소산의 맏물을 가져왔나이다'
출애굽 내러티브의 요약이고, 이 요약은 자신들의 현재에 대한 설명이다. 에클레시아에게 출애굽 내러티브는 메시아의 십자가 처형 내러티브로 재해석되는데, 유월절 어린 양이 죽었기에 현체제의 파국과 탈출이 벌어졌듯이, 메시아 예수의 십자가 처형당함 때문에, 국가 체제의 정당성 없음이 드러났고, 그 정당성 없음으로부터 새로운 정당성을 찾는 탈출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라는 새로운 시간의 기입과 더불어 '맏물의 바침'은 그들이 마침내 파국으로부터 탈출하여 새로운 땅에 들어갔음을, 시간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들에게 파국과 탈출의 시간이 지났고, 이제 새로운 시간이 도래했음을 확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의 도래는 곧 존재의 도래, 에클레시아라는 새로운 인류의 도래가 된다.
10절b~11절 너는 그것을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 두고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 경배할 것이며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와 네 집에 주신 모든 복을 인하여 너는 레위인과 너의 중에 우거하는 객과 함께 즐거워할지니라
이 새로운 시간이 되었다,
새로운 땅에 도래했다,
새로운 인간이 나타났다.
이것은 신께 드릴 경배의 이유이자, 그들이 레위인과 환대했던 낯선 이들과 함께 기뻐할 이유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자신들의 맏물로 레위인과 환대했던 낯선 이들을 먹일 것이기 때문이다.
12절 제삼년 곧 십일조를 드리는 해에 네 모든 소산의 십일조 다 내기를 마친 후에 그것을 레위인과 객과 고아와 과부에게 주어서 네 성문 안에서 먹어 배부르게 하라
그리고 이스라엘의 십일조는 3년에 한 번씩 걷어지며, 그 걷은 것으로 레위인과 고아와 과부를 먹어 "네 성문 안에서" 배부르게 한다. 이때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그들의 배부름은 곧 그들이 마침내 약속의 땅을 차지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며, 그들이 레위인과 낯선 이를 먹일 때, 그들 자신이 신명기가 지시했던 그 시간의 주인공들이 되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즉 먹임은 도래의 확증이라고 할 수 있다.
13절 그리할 때에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 고하기를 내가 성물을 내 집에서 내어 레위인과 객과 고아와 과부에게 주기를 주께서 내게 명하신 명령대로 하였사오니 내가 주의 명령을 범치도 아니하였고 잊지도 아니하였나이다
"그리할 때에"가 지칭하는 시간은 자신들의 도래를 확증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도래의 확증은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않는다.
14절 내가 애곡하는 날에 이 성물을 먹지 아니하였고 부정한 몸으로 이를 떼어두지 아니하였고 죽은 자를 위하여 이를 쓰지 아니하였고 내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청종하여 주께서 내게 명령하신 대로 다 행하였사오니
먹거리가 없더라도 맏물에 손 대지 않았고, 그 맏물을 성별함에 있어서 부정한 몸으로는 하지 않았고, 자신의 조상("죽은 자")이나 가문을 위해서가 아니라, 산 자를 위해 쓰고자 했다. 신의 다스림을 도래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미리 도래시켜야 했다. 이것은 쉽지 않은 판단의 연속이었다.
15절 원컨대 주의 거룩한 처소 하늘에서 하감하시고 주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복을 주시며 우리 열조에게 맹세하여 우리에게 주신 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복을 내리소서 할지니라
하늘은 멀리 있지 않다. 하늘에서 주는 이스라엘을 '하감', 즉 '내려다 보신다'. 그러나 이 표현을 통해서 하늘과 땅을 분리시키고, 하늘을 땅과 무관한 곳으로 이해해선 안된다. 왜냐하면 그들은 주의 처소인 땅을 차지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이 만난 그 거룩한 땅에서, 주는 당신의 백성들을 하감하시는 것이다. 예레미야 7:23의 이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예레미야 7:23
오직 내가 이것으로 그들에게 명하여 이르기를 너희는 내 목소리를 들으라 그리하면 나는 너희 하나님이 되겠고 너희는 내 백성이 되리라 너희는 나의 명한 모든 길로 행하라 그리하면 복을 받으리라 하였으나
16~19절은 위의 해석을 그대로 요약한다.
16~19절 "오늘날"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규례와 법도를 행하라고 네게 명하시나니
그런즉 너는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여 지켜 행하라
네가 오늘날 여호와를 네 하나님으로 인정하고 또 그 도를 행하고
그 규례와 명령과 법도를 지키며 그 소리를 들으리라 확언하였고
여호와께서도 네게 말씀하신 대로
"오늘날" 너를 자기의 보배로운 백성으로 인정하시고
또 그 모든 명령을 지키게 하리라 확언하셨은즉
여호와께서 너의 칭찬과 명예와 영광으로 그 지으신 모든 민족 위에 뛰어나게 하시고
그 말씀하신 대로 너로 네 하나님 여호와의 성민이 되게 하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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