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해석(3)
-그 꿈의 결말
0.
벧엘에서의 야곱이 하늘과 땅의 연결을 보고나서 기름을 부었던 돌은, 느부갓네살의 꿈 속에서 왜곡된 인간성을 산산조각내고 산을 이루는 "손으로 뜨지 않은" 돌로 등장했다. 그리고 이제 그 "돌"은 자신의 정체를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다니엘의 꿈 속에 다시 등장한다. 그 꿈이 스물 여덟절로 우리 손에 전달되었으니, 텍스트 안으로 들어가보자. 언어는 언어를 통해서가 아닌, 언어 속에서 그 정신적 본질을 전달하므로.
인간은 그 어떤 경험도 불가능해졌다고 아감벤은 말한다. 인간이 자신의 본질을 '인식'으로 규정하기 시작할 때, 나의 인식과 너의 인식의 접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통적인 공동체적 인식의 토대는 그저 인식하지 못할 것에 대한 맹신으로 치부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인식을 인식할 수 없다. 그것은 말할 수 없는 것(infantia)이다.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으로부터 말할 수 있는 것을 내놓는다. 유아기에서 아동기로의 변화를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매순간 말할 수 없으나, 그럼에도 말하면서 살아간다. 인간됨은 알 수 없는 의식이나, 개별적 인식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말할 수 없음'의 공통분모에서 '같은 것을 말할 수 있음(όμολογια)', 즉 고백에서야 비로소 언어를 통해 접근/발견되는 것이다.
따라서 '꿈'은 더욱 유의미해진다. 말할 수 없는 것으로부터 말이 생겨나는 과정을, 꿈과 그 꿈의 해석이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야곱의 꿈, 느부갓네살의 꿈, 그리고 다니엘의 꿈은 한 공동체의 공통 언어, 공통 분모로서 오랜 세월 읽혀왔다. 이 꿈에 대한 기록은, 말할 수 없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 공통 고백을 끌어낼 수 있는 무언가가 될 수 있을까? 언어는 언어를 통해서가 아닌, 언어 속에서 그 정신적 본질을 전달한다면, 우리는 이 꿈을 해석한 언어 속에서, 우리의 언어, 곧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까?
1. 다니엘 7장, 새번역(굵은 글씨는 LXX 직접번역)
벨사살이 바빌론 왕이 된 첫 해에, 다니엘은 잠자리에서 꿈을 꾸면서, 머리 속으로 환상들을 보고, 그 꿈을 적었다.
나 다니엘은 그 밤의 나의 환상 속에서 보았다,
그리고 보라, 하늘의 네 바람들이 그 큰 바다 속으로 불어왔다
그러자 바다에서 모양이 서로 다르게 생긴 큰 짐승 네 마리가 올라왔다.
첫째 짐승은 사자와 같이 보였으나, 독수리의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살펴보고 있는 동안에, 그 날개들이 뽑혔다.
그 짐승은 몸을 일으키더니, 사람처럼 발을 땅에 디디고 섰는데,
사람의 가온이 그에게 주어졌다.
그리고 보라, 둘째 짐승은 곰과 같았는데, 뒷발로 서 있었다.
그 짐승은 갈빗대 세 개를 그 입에 물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그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일어나서 살몸들을 많이 먹어라.'
그 뒤에 내가 보고 있는데,
보라, 또 다른 짐승이 나왔다. 그것은 표범처럼 생겼으나,
등에는 새의 날개가 네 개나 있었고,
머리도 네 개나 달려 있었으며, 아주 권위가 있어 보였다.
그 뒤에 내가 밤의 환상을 계속 살펴보고 있는데,
보라, 넷째 짐승이 나왔다. 그것은 사납고 무섭게 생겼으며, 힘이 아주 세었다.
이 짐승은 쇠로 된 큰 이빨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으로 먹이를 잡아 먹고, 으스러뜨리며,
먹고 남은 것은 발로 짓밟아 버렸다.
이 짐승은 앞에서 말한 짐승들과는 달리, 뿔을 열 개나 달고 있었다.
내가 그 뿔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자니,
보라, 다른 작은 뿔 하나가 그 뿔들 사이에서 돋아났다.
먼저 나온 뿔 가운데서 셋이 새로 돋아난 그 뿔에 밀려서 뿌리째 뽑혔다.
보라, 새로 돋아난 뿔은 사람의 눈과 같은 눈들을 가지고 있었고,
입이 있어서 거만하게 떠들었다.
내가 바라보니, 보좌들이 놓이고,
한 보좌에 The Ancient of days가 앉으셨는데,
옷은 눈과 같이 희고, 머리카락은 양 털과 같이 깨끗하였다.
보좌에서는 불꽃이 일고, 보좌의 바퀴에서는 불길이 치솟았으며,
불길이 강물처럼 그에게서 흘러 나왔다.
수종 드는 사람이 수천이요, 모시고 서 있는 사람이 수만이었다.
심판이 시작되는데, 책들이 펴져 있었다.
내가 보고 있는 동안에, 작은 뿔이 크게 떠드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살펴보니, 넷째 짐승이 살해되고, 그 시체가 뭉그러져서, 타는 불에 던져졌다.
그리고 그 나머지 짐승들은 그들의 권세를 빼앗겼으나, 그 생명은 얼마 동안 연장되었다.
내가 그 밤의 환상 속에서에 보고 있을 때,
보라, 그 하늘들의 구름들과 함께 사람의 아들로서 그가 오고 있었고,
The Ancient of days 까지 당도했고(ἔφθασε),
그 앞에 가져와졌다(προσηνέχθη "바쳐졌다").
The Ancient of days는 그에게 권세와 영광과 나라를 주셔서,
민족과 언어가 다른 뭇 백성이 그를 경배하게 하셨다.
그 권세는 오는시대의 권세여서, 옮겨 가지 않을 것이며,
그 나라가 멸망하지 않을 것이다.
"나 다니엘은 마음 속이 괴롭고, 머리의 환상들이 나를 번민하게 해서,
거기에 서 있는 천사들 가운데 하나에게 가까이 가서, 이 모든 일을 두고 참 뜻을 물었다.
그가 나에게 그 명백함을 말하며, 그 말들의 해석을 나에게 깨닫게 했다.
'이 큰 짐승 네 마리는 앞으로 땅에서 일어날 네 왕이다,
이것들은 폐해질 것이고,
그러나 가장 높으신 분의 거룩한 이들이 나라를 얻을 것이며,
시대들 속 시대까지 그것을 누릴 것이다.'
그 때에 나는 넷째 짐승의 참 뜻을 더 알고 싶었다.
이 짐승은 다른 모든 짐승과 달랐으며,
매우 사납고, 쇠 이빨과 놋쇠(강철) 발톱으로 먹이를 잡아먹고, 으스러뜨리고,
그 나머지 짐승들을 발로 짓밟아 버렸다.
나는 또 그 짐승의 머리에 있던 열 뿔과,
새로 돋아난 다른 뿔 하나도 알고 싶었다.
그 다른 뿔 앞에서 세 뿔이 빠졌다.
그 뿔에는 눈들이 있고, 크게 떠드는 입이 있었으며,
그 모습이 다른 뿔들보다 강하게 보였다.
내가 보고 있을 때에,
새로 돋은 그 뿔이 성도들에 맞서서 전쟁을 일으키고, 그들을 이겼으나,
옛적부터 계신 분이 오셔서, 가장 높으신 분의 성도들의 권리를 찾아 주셔서,
마침내 성도들이 나라를 되찾았다. 그 천사가 이렇게 말하였다.
'넷째 짐승은 땅 위에 일어날 넷째 나라로서,
다른 모든 나라와 다르고,
온 땅을 삼키며 짓밟고 으스러뜨릴 것이다.
그 열 뿔은 이 나라에서 일어날 열 왕이다.
그 뒤에 또 다른 왕이 일어날 것인데,
그 왕은 먼저 있던 왕들과 다르고,
또 전에 있던 세 왕을 굴복시킬 것이다.
그가 가장 높으신 분께 대항하여 말하며,
가장 높으신 분의 성도들을 괴롭히며,
정해진 때와 법을 바꾸려고 할 것이다.
성도들은 한 때와 두 때와 반 때까지 그의 권세 아래에 놓일 것이다.
그러나 심판이 내려서, 그는 권세를 빼앗기고, 멸망하여 없어질 것이다.
나라와 권세와 온 천하 열국의 위력이 가장 높으신 분의 거룩한 백성에게로 돌아갈 것이다.
그의 나라는 영원한 나라다. 권세를 가진 모든 통치자가 그를 섬기며 복종할 것이다.'
이것이 그 환상의 끝이다. 나 다니엘은 이 생각 때문에 고민하여,
얼굴색이 변하였지만, 이 일을 마음에 간직하였다."
2. 꿈의 언어로 구성된 공통 고백
마태복음 24:30
그 때에 인자의 징조가 하늘에서 보이겠고 그 때에 땅의 모든 족속들이 통곡하며 그들이 인자가 구름을 타고 능력과 큰 영광으로 오는 것을 보리라
마태복음 26:64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가 말하였느니라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후에 인자가 권능의 우편에 앉아 있는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너희가 보리라 하시니
사도행전 1:9~11
이 말씀을 하신 다음에, 그가 그들이 보는 앞에서 들려 올라가시니, 구름에 싸여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예수께서 떠나가실 때에, 그들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흰 옷을 입은 두 사람이 그들 곁에 서서 "갈릴리 사람들아, 어찌하여 하늘을 쳐다보면서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서 하늘로 올라가신 이 예수는, 하늘로 올라가시는 것을 너희가 본 그대로 오실 것이다" 하고 말하였다.
요한계시록 1:7
"보아라, 그가 구름을 타고 오신다. 눈이 있는 사람은 다 그를 볼 것이요, 그를 찌른 사람들도 볼 것이다. 땅 위의 모든 족속이 그분 때문에 가슴을 칠 것이다."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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