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해석(2)

-느부갓네살의 꿈


0.


  꿈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리고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무언가가 되기 위해서는 해석을 필요로 한다. 아무 것도 아닌 인간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을 견디지 못한다. 해석은 거기서 발생한다. 꿈은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해석의 틈을 가지고 있고, 마치 비행 중인 기체의 구멍난 곳으로 모든 것이 빨려나가듯, 사람들의 해석을 집중시킨다. 일상을 읽는 비일상적인 방식은 이런 식으로 도입된다. 그리고 그것이 일상을 구원한다.


  지난 주 야곱의 꿈에 이어, 우리는 느부갓네살(Nebuchadrezzar)이라는 왕의 꿈을 들여다 볼 것이다. 유대인인 야곱과 바벨론 왕이 무슨 상관이 있나 싶지만, 성서라는 단일한 텍스트 안에서 함께 읽히던 두 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고 그 꿈을 다니엘이라는 A.D.1세기의 가장 인기있던 예언자가 해석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 두 꿈 사이에서 유대인적 세계관이 포착하는 병행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니엘 2장, 새번역(부분적으로 LXX를 직접 번역)


1. 배경


  느부갓네살은 왕위에 오른 지 이 년이 되는 해에, 꿈을 꾸고서, 마음이 답답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래서 왕은 꾼 꿈을 알아내려고 마술사와 주술가와 점쟁이와 점성가들을 불러들이라고 명령하니, 그들이 와서 왕 앞에 섰다. 왕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꿈을 하나 꾸었는데, 그 꿈을 알 수 없어서 마음이 답답하다."


  점성가들이 아람 말로 왕에게 아뢰었다.


  "임금님의 만수무강을 빕니다. 그 꿈을 종들에게 말씀하여 주시면, 해몽하여 드리겠습니다."


  <아람어로 기록됨>

  그러자 왕이 점성가들에게 말하였다.


  "나의 명령은 확고하다. 너희가 그 꿈의 내용과 해몽을 나에게 말해 주지 못하면, 너희의 몸은 토막이 날 것이며, 너희의 집은 쓰레기 더미가 될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그 꿈의 내용과 해몽을 말해 주면, 내가 너희에게 선물과 상과 큰 명예를 주겠다. 그러니 그 꿈과 그 해몽을 나에게 말하여라."


  그들이 다시 아뢰었다.


  "임금님께서 그 꿈을 종들에게 말씀하여 주시면, 해몽해 드리겠습니다."


  왕이 호령하였다.


  "과연 내가 생각한 대로구나! 나의 명령이 확고한 것을 알고서, 너희는 지금 시간을 벌려고 한다. 너희가 그 꿈을 나에게 말해 주지 못하면, 너희는 모두 같은 벌을 받게 될 것이다. 너희가 시간이 지나면 사태가 바뀌겠거니 하면서, 내 앞에서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하기로 함께 모의한 줄을, 내가 모를 듯 싶으냐? 이제 그 꿈을 나에게 말하여라. 그러면 너희가 나에게 해몽도 하여 알려 줄 수 있을 것으로 알겠다."


  점성가들이 왕에게 아뢰었다.


  "임금님께서 아시고자 하시는 그 일을 임금님께 알려 드릴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일찍이 그 어떤 위대한 왕이나 통치자도 마술사나 주술가나 점성가들에게, 이와 같은 일을 물어 본 적이 없습니다. 임금님께서 물으신 것은 너무 어려워서, 육체를 가진 사람과 함께 살지 않는 신들이라면 몰라도, 아무도 그 일을 임금님께 알려 드릴 수 없습니다."


  이 말을 듣자, 왕은 성이 나서, 크게 화를 내며, 바빌론의 지혜자를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명령이 공포되니, 지혜자들이 죽게 되었다. 사람들은 다니엘과 그의 친구들도 지혜자들과 함께 죽이려고 찾았다. 다니엘은 바빌론의 지혜자들을 죽이려고 나온 왕의 시위대 장관 아리옥에게 가서, 슬기로운 말로 조심스럽게 물어 보았다.


  "임금님의 명령이 어찌 그렇게 가혹합니까?"


  아리옥이 다니엘에게 그 일을 설명해 주었다. 다니엘이 곧 왕에게로 가서 아뢰었다. "임금님께 임금님의 꿈을 해몽해 드릴 수 있는 시간을 저에게 주십시오."


  그 다음에 다니엘은 집으로 돌아가서, 자기의 친구 하나냐와 미사엘과 아사랴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고, 그 친구들에게 말하였다.


  "너희와 나는 다른 바빌론의 지혜자들과 함께 죽지 않도록, 하늘의 하나님이 긍휼을 베풀어 주셔서 이 비밀을 알게 해주시기를 간구하자."

 

2. 꿈의 비밀을 알게 하는 꿈


  바로 그 날 밤에 다니엘은 환상을 보고, 그 비밀을 밝히 알게 되었다. 다니엘은 하늘의 하나님을 찬송하였다. 다니엘은 다음과 같이 찬송하였다.


  "지혜와 권능이 하나님의 것이니, 영원부터 영원까지 하나님의 이름을 찬송하여라. 때와 계절을 바뀌게 하시고 왕들을 폐하기도 하시고, 세우기도 하신다. 지혜자들에게 지혜를 주시고, 총명한 사람들에게 지식을 주신다. 심오한 것과 비밀을 드러내시고, 어둠 속에 감추어진 것도 아신다. 그분은 빛으로 둘러싸인 분이시다. 나의 조상을 돌보신 하나님, 나에게 지혜와 힘을 주시며 주님께 간구한 것을 들어주시며 왕이 명령한 것을 알게 해주셨으니, 주님께 감사하며 찬양을 드립니다."


  그런 다음에, 다니엘은 아리옥에게로 갔다. 그는 바빌론의 지혜자들을 죽이라는 왕의 명령을 받은 사람이다. 다니엘이 그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바빌론의 지혜자들을 죽이지 마시고, 나를 임금님께 데려다 주십시오. 임금님께 꿈을 해몽해 드리겠습니다."


  아리옥은 다니엘을 왕 앞으로 급히 데리고 가서, 왕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유다 포로 가운데서, 임금님께 꿈을 해몽해 드릴 사람을 찾았습니다."


  그러자 왕이 벨드사살이라고도 하고 달리 다니엘이라고도 하는 그에게 물었다.


  "너는 내가 꾼 꿈을 말하고 해몽까지 할 수 있느냐?"


  다니엘이 왕에게 대답하였다.


  "임금님이 물으신 비밀은, 어떤 지혜자나 주술가나 마술사나 점성가도 임금님께 알려 드릴 수 없습니다. 비밀을 알려 주시는 분은 오직 하늘에 계시는 하나님뿐이십니다. 하나님은 느부갓네살 임금님께 앞으로 일어날 일이 무엇이라는 것을 알려 주셨습니다. 임금님의 꿈, 곧 임금님께서 침대에 누워 있을 때에 머리 속에 나타난 환상은 이러합니다. 당신, 왕이여, 당신의 침대 위에서의 당신의 생각들은 '이 일들 이후 무엇이 일어나야만 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그리고 비밀을 폭로하시는 분이 반드시 일어나야만 하는 것들을 당신에게 알게 하셨습니다(τί δεῖ γενέσθαι μετὰ ταῦτα, καὶ ὁ ἀποκαλύπτων μυστήρια ἐγνώρισέ σοι ἃ δεῖ γενέσθαι). 저에게 이 비밀을 드러내신 것은, 제가 다른 사람보다 지혜가 더 있어서가 아니라, 임금님께 그 꿈을 해몽해 드려서, 임금님의 마음 속에 있는 생각들을 임금님께서 아시도록 하시려는 것입니다.


  임금님, 임금님은 거대한 한 형상(LXX, "εἰκὼν μία")을 보셨습니다. 그 형상이 임금님 앞에 서 있는데, 그것은 크고, 그 빛이 아주 찬란하며, 그 모습이 무시무시하였습니다. 그 형상의 머리는 순금이고, 가슴과 팔은 은이고, 배와 넓적다리는 놋쇠이고, 그 무릎 아래는 쇠이고, 발은 일부는 쇠이고 일부는 진흙이었습니다. 임금님이 보고 계시는 동안에, 산으로부터 손 없이 돌이 뜨였고(LXX에는 '산'이 추가되어있음), 날아들어 와서, 쇠와 진흙으로 된 그 신상(아이콘)의 발을 쳐서 부서뜨렸습니다. 그 때에 쇠와 진흙과 놋쇠와 은과 금이 다 부서졌으며, 여름 타작 마당의 겨와 같이 바람에 날려 가서 흔적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형상을 친 돌은 큰 산이 되었고, 온 땅에 가득 찼습니다(καὶ ὁ λίθος ὁ πατάξας τὴν εἰκόνα ἐγενήθη ὄρος μέγα καὶ ἐπλήρωσε πᾶσαν τὴν γῆν).


3. 꿈의 해석


  이것이 그 꿈인데, 우리가 그것을 풀이하여 임금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임금님, 임금님은 왕들 가운데서도 으뜸가는 왕이십니다. 하늘의 하나님이 임금님께 나라와 권세와 힘과 영광을 주셨습니다. 사람과 들의 짐승과 공중의 새를, 그들이 어디에 있든지 임금님의 손에 넘겨 주시고, 이 모두를 다스리는 통치자로 세우셨습니다. 임금님은 바로 그 금으로 된 머리이십니다. 임금님 뒤에는 임금님의 나라보다 못한 다른 나라가 일어날 것입니다. 그 뒤에 놋쇠로 된 셋째 나라가 온 땅을 다스릴 것입니다. 넷째 나라는 쇠처럼 강할 것입니다. 쇠는 모든 것을 으깨고 박살 냅니다. 쇠가 모든 것을 부서뜨리는 것처럼, 그 나라는 뭇 나라를 으깨고 부서뜨릴 것입니다. 임금님이 보신 발과 발가락의 일부는 토기장이의 진흙이고 일부는 쇠였던 것 같이, 그 나라는 나누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임금님이 진흙과 쇠가 함께 있는 것을 보신 것 같이, 그 나라는 쇠처럼 강한 면도 있을 것입니다. 그 발가락의 일부가 쇠이고 일부가 진흙인 것 같이, 그 나라의 일부는 강하고 일부는 쉽게 부서질 것입니다. 임금님께서 진흙과 쇠가 함께 있는 것을 보신 것 같이, 그들이 다른 인종과 함께 살 것이지만, 쇠와 진흙이 서로 결합되지 못하는 것처럼, 그들이 결합되지 못할 것입니다. 이 왕들의 시대에, 하늘의 하나님이 한 나라를 세우실 터인데, 그 나라는 영원히 망하지 않을 것이며, 다른 백성에게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 나라가 도리어 다른 모든 나라를 쳐서 멸망시키고, 영원히 설 것입니다. 산으로부터 손 없이 떠낸 돌(ἀπὸ ὄρους ἐτμήθη λίθος ἄνευ χειρῶν)이 쇠와 놋쇠와 진흙과 은과 금을 으깨는 것을 임금님이 보신 것은, 위대하신 하나님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임금님께 알려 주신 것입니다. 이 꿈은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고, 이 해몽도 틀림없습니다."


  느부갓네살 왕이 엎드려서 다니엘에게 절하고, 예물과 향품을 그에게 주도록 명령을 내렸다. 왕이 다니엘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의 하나님은 참으로 모든 신 가운데서 으뜸가는 신이시요, 모든 왕 가운데서 으뜸가는 군주이시다. 그대가 이 비밀을 드러낼 수 있었으니, 과연 그대의 하나님은 비밀을 드러내는 분이시다."


  왕은 다니엘의 지위를 높이고, 귀한 선물을 많이 주며, 그를 바빌론 지역의 통치자와 바빌론 모든 지혜자의 어른으로 삼았다. 또 왕은 다니엘의 요구를 받아들여서,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를 세워, 바빌론 지방의 일을 맡아서 다스리게 하였다. 다니엘은 왕의 궁전에 머물렀다.


1. 돌


  다니엘은 포로기 이스라엘에게 읽혔던 책이다. 이스라엘에게 하늘과 땅을 잇는 야곱의 돌은, 하나님의 집인 '성전'을 가리키는 표상이었다. 이스라엘에게 성전은 곧 삶의 중심이었는데, 성전을 통해서 정치, 경제, 종교에 관련된 중대 사안들이 결정되었고, 무엇보다도 자신들이 하나님의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성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방 제국의 포로기의 긴 세월 동안 성전은 능욕의 대상이 되었고, 또 파괴되기까지 했다(B.C.587). 파괴된 성전은 이스라엘에게 언약백성으로서의 지위가 박탈을 의미하는 절망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리고 성전을 나타내는 '돌'이 다니엘에 등장한다. 이 '돌'이 성전을 가리키고 있다는 분명한 단서는 '타작마당'이다.


1) 타작마당


역대하 3:1

솔로몬이 예루살렘 모리아 산에 여호와의 전 건축하기를 시작하니 그곳은 전에 여호와께서 그 아비 다윗에게 나타나신 곳이요 여부스 사람 오르난의 타작마당에 다윗이 정한 곳이라


  성전이 최초로 건축될 때, 그 성전 부지를 정한 사람은 다윗이었다. 그리고 그 부지는 오르난이란 사람의 타작마당이었다. "여름 타작 마당의 겨와 같이 바람에 날려 가서 흔적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라는 표현은 유대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성전 부지를 언급함과 동시에, 또 유대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유명한 싯구를 연결시킨다.


시편 1:4
악인은 그렇지 않음이여 오직 바람에 나는 겨와 같도다


  즉 4금속으로 구성된 형상이 박살나고, 그 형상은 악인의 성격을 띄고 있고, 그 박살난 자리는 성전부지를 떠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성전부지인 타작마당은 역대상 21:16~18에 먼저 등장한 바 있다. 이 장면이 야곱의 꿈과 오버랩되는 것을 놓칠 수 없을 것이다.


역대상 21:16~18

다윗이 눈을 들어 보니, 주님의 천사가 하늘과 땅 사이에 서서, 칼을 빼어 손에 들고 예루살렘을 겨누고 있었다. 그래서 다윗은 장로들과 함께 굵은 베 옷을 입고,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렸다...주님의 천사가 갓을 시켜, 다윗에게 이르기를 "여부스 사람 오르난의 타작 마당으로 올라가서 주님의 제단을 쌓아야 한다" 하였다.


2) 손으로 뜬 돌/손 없이 뜬 돌


  또한 하나님의 제단은, 사람 손으로 가공하지 않은 자연석을 사용에 있어서, 채석과 관련된 표현을 찾아보면,


출애굽기 20:25

너희가 나에게 제물 바칠 제단을 돌로 쌓고자 할 때에는 다듬은 돌을 써서는 안 된다. 너희가 돌에 정을 대면, 그 돌이 부정을 타게 된다.


  인간의 가공을 거치지 않은 자연석으로 지을 것이 요구된다.


여호수아 8:31

그것은 주님의 종 모세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령한 대로, 또 모세의 율법책에 기록된 대로, 쇠 연장으로 다듬지 아니한 자연석으로 쌓은 제단이다. 그들은 그 위에서 번제와 화목제를 주님께 드렸다.


  즉 신의 거처는 자연석으로 짓도록 했다. 그러나 이 원칙은 솔로몬이 지은 건물 성전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솔로몬 성전은 사람의 손으로 채석한 돌들로 지어졌다.

대상 22:2

다윗은 이스라엘 땅에 있는 외국인을 불러모으고, 석수들을 시켜서, 하나님의 성전을 지을 네모난 돌을 다듬도록 명령하였다.


  그리고 이 손으로 지은 성전은 B.C. 587년 바벨론에 의해서 한 번, A.D.70 로마에 의해서 한 번 무너졌다. 그리고 그 사이 기록된 다니엘서에서는 '돌은 돌이지만 사람 손이 사용되지 않고 채석된 돌'이 꿈 내용에 한 번, 그 해석에 한 번, 모두 두 차례 등장한다.


다니엘 2:4

금님이 보고 계시는 동안에, 산으로부터 손 없이 돌이 뜨였고(LXX에는 '산'이 추가되어있음),


다니엘 2:45
산으로부터 손 없이 떠낸 돌(ἀπὸ ὄρους ἐτμήθη λίθος ἄνευ χειρῶν)이 쇠와 놋쇠와 진흙과 은과 금을 으깨는 것을 임금님이 보신 것은,


  '돌이 뜨이긴 뜨였으나, 사람 손으로 되지 않았다'는 개념은 '신의 거처' 문제와 직결되는데, 이미 신은 다윗에게 건물 성전의 한계에 대해서 말씀한 바 있다.


이사야 66:1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하늘은 나의 보좌요, 땅은 나의 발 받침대다. 그러니 너희가 어떻게 내가 살 집을 짓겠으며, 어느 곳에다가 나를 쉬게 하겠느냐?"


2. 4금속 권력의 붕괴


  느부갓네살의 꿈에 등장한 '형상'은 금, 은, 놋, 철의 4금속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금은 느부갓네살이 통치하고 있는 바벨론을 가리키며, 나머지 금속들은 바벨론 이후에 나타날 나라들을 뜻한다. 그리고 이 나라들의 합이 하나의 '인간형'을 구현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보자. 다니엘은 하나님이 느부갓네살을 이 땅의 통치자로 세웠다고 말한다.


다니엘 2:37,38

임금님, 임금님은 왕들 가운데서도 으뜸가는 왕이십니다. 하늘의 하나님이 임금님께 나라와 권세와 힘과 영광을 주셨습니다. 사람과 들의 짐승과 공중의 새를, 그들이 어디에 있든지 임금님의 손에 넘겨 주시고, 이 모두를 다스리는 통치자로 세우셨습니다.

  이 말 속에서, 토라를 사랑하는 유대인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구절이 있다.


창세기 2:19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각종 들짐승과 공중의 각종 새를 지으시고 아담이 무엇이라고 부르나 보시려고 그것들을 그에게로 이끌어 가시니 아담이 각 생물을 부르는 것이 곧 그 이름이 되었더라


  이름을 지어주는 이는, 이름을 부여받는 이를 다스린다. 아담이 신으로부터 지상의 통치권을 위임받는 장면이 창세기 2:19인데, 같은 통치권의 위임이 느부갓네살에게 이뤄졌다. 즉 느부갓네살은 '아담'의 후손으로서, 아담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느부갓네살이 구현하고 있는 아담은, 4금속를 가지고 지상을 지배하는 제국들이며, 이는 다니엘 7장에서는 괴물들로 표상된다. 즉 4금속으로 구성된 인간형은 뒤틀린 아담의 형상을 드러내는 것이다.


  특히 4금속의 등장은 우상숭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토라는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또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 속에 있는 것의 어떤 형상도 만들지 말며(출 20:4, 개정)"라고 말한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느부갓네살의 꿈속에 나온 이 거대한 형상은, 그 자체로 우상인 것이고, 그 우상의 구성요소로서 표상된 4금속는 인간이 신 대신 추구하고 있는 무언가를 의미한다. 

  금과 은은 사치로운 치장을 위해 사용되며, 놋('놋'이라 번역된 말은 본디 '강철'을 의미함)과 철은 무기를 제조할 때 사용하던 금속이었다.


  즉 이 거대한 형상은 물질주의가 구현하고 있는 인간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인간성은 "손 없이 떠낸 돌"에 의해 박살난다.


3. 박살의 시간


  다니엘은 꿈의 내용과 해석을 말하기 전에, 이렇게 운을 땠다.

다니엘 2:29,30

당신, 왕이여, 당신의 침대 위에서의 당신의 생각들은 '이 일들 이후 무엇이 일어나야만 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그리고 비밀을 폭로하시는 분이 반드시 일어나야만 하는 것들을 당신에게 알게 하셨습니다(τί δεῖ γενέσθαι μετὰ ταῦτα, καὶ ὁ ἀποκαλύπτων μυστήρια ἐγνώρισέ σοι ἃ δεῖ γενέσθαι).


  즉 느부갓네살의 꿈과 그 꿈에 대한 다니엘의 해석은 무시간적 교훈이 아니라 '시간'에 대한 내용이다. 무언가 "일어나야만 하는" 시간을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즉 사람의 손으로 채석하지 않은 돌에 의해 4금속의 권력이 박살나고, 바람의 겨와 같이 권력이 부스러진 타작마당 위에,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새로운 성전이 들어선다는 예언인 것이다. 따라서 이 꿈과 해석은 특정 시간을 지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간을 감지하고 있는 사람이 다니엘을 인용한다.


요한계시록 1:1, 개인번역

  메시아 예수의 계시,
이것은 하나님께서 그이에게 주신 것으로, 그이의 종들에게 속히 일어나야만 하는 것들(ἃ δεῖ γενέσθαι ἐν τάχει)을 보여줍니다.


  요한은 자신의 때가, 4금속의 권력이 박살나고 새로운 성전이 일어설 때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요한을 포함하여 신약성경은, "산으로부터 손 없이 떠낸 돌(ἀπὸ ὄρους ἐτμήθη λίθος ἄνευ χειρῶν)" 무엇인지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마가복음 14:58

"우리가 이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내가 사람의 손으로 지은 이 성전을 허물고, 손으로 짓지 않은 다른 성전을 사흘만에 세우겠다' 하였습니다."


고린도후서 5:1

땅에 있는 우리의 장막집이 무너지면, 하나님께서 지으신 집, 곧 사람의 손으로 지은 것이 아니라 하늘에 있는 영원한 집이 우리에게 있는 줄 압니다.


히브리서 9:11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이미 일어난 좋은 일을 주관하시는 대제사장으로 오셔서 손으로 만들지 않은 장막, 다시 말하면, 이 피조물에 속하지 않은 더 크고 더 완전한 장막을 통과하여


히브리서 9:24

그리스도께서는 참 성소의 모형에 지나지 않는, 손으로 만든 성소에 들어가신 것이 아니라, 바로 하늘 성소 그 자체에 들어가셨습니다. 이제 그는 우리를 위하여 하나님 앞에 나타나셨습니다.


사도행전 7:48,49

그런데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는 사람의 손으로 지은 건물 안에 거하지 않으십니다. 그것은 예언자가 말하기를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하늘은 나의 보좌요, 땅은 나의 발판이다. 너희가 나를 위해서 어떤 집을 지어 주겠으며 내가 쉴 만한 곳이 어디냐?



  이 '박살의 시간'에 대한 신약 본문의 구체적인 역사적 정황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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