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로 팔렸습니다 : '피프라스코'. '핖'은 '떨어지다'의 의미. 요셉을 생각할 것. 몸에 속하여 삐뚤어짐의 노예로 팔린 그. '몸의 형제들'에 속하여, '삐뚤어짐'을 상징하는 이집트에 팔려간 그. 이집트에서는 후에 탈출이 벌어진다는 사실도 기억하라.
*힘 아래 짓눌려 : '카테르가조', '카타'는 '아래', '에르가조'는 '일하다'. 요셉을 지나 이스라엘은 이집트로 들어왔. 그 속에서의 이스라엘의 몸짓은 노예의 몸짓. 사람이 사람 아래서 무려 430년을 노동했다. 그것은 짓눌림, 끝없음, 보람없음. 그 강제적 힘 아래서 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개역성경에서는 '일하다'로 되어 있다.
*율법이 하나님답다 : 노예로 팔린 요셉. 그의 후손 이스라엘은 이집트에서 원치 않는 고된 노동 때문에 괴로워했다. 이후 바울의 그림은 휙휙 건너뛰더니 시내산에 이른다. 율법.
이집트 안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던 이스라엘이 처음 율법을 대면했을 때를 상상해보라. 지금으로부터 3500년전, 과부와 노예를 신원하고, 여자의 인권을 인정하며, 노동에는 쉼이 있고, 희년 원칙으로 7년에 한 번씩, 그리고 49년 마다 최종적으로 모든 빚을 소멸시켜주는 글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이전 까지는 파라오의 1인 독재를 위한 거짓신화가 하나님닮은 것인 줄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시내산에서 받은 율법이 참 하나님의 입에서 그 숨결을 타고 온,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주인이 노예에게 하듯 강요로 그렇게 된 것인가? 일없다. 하나님은 설득의 하나님. 역사의 그림을 가지고 의미를 깨우치시는 하나님. 그는 파라오가 아니시다.
*그러나 이제는 : 바울은 역사의 그림들을 가지고 설명해왔다. 노예로 팔린 요셉. 압제자 아래서의 가혹한 노동. 거룩한 산 에서 받아보았던 신율.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는 단어 하나하나들이 유대사람들에게는 '역사'라는 뼈에 새긴 그림책들로부터 왔음을 기억하자.
그런데 바울은 요셉, 이집트, 시내산의 그림에서 의도적으로 건너 뛴 그림이 있다. 이유는 다른 것 아니다. 결론이기 때문에 뒷쪽에 배치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그 역사의 그림'에 대한 힌트가 주어졌다. '이제는'이라는 단어가 그러하다. (희랍어로는 '뉜') 바울에게 있어서 이 단어는 '오는시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이 '이제는'이라는 말을 시작으로, 오는시대를 가져온 그 하나의 사건을 설명할 것이다.
먼저 그 사건이 가져온 결과부터 언급하기를,
*그 힘에 짓눌려...삐뚤어짐만 그러할 뿐입니다 : '이제는' 나를 괴롭게하던 압제자의 힘이 나와 무관해진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을 잘 생각해보라. 사람들을 노예 삼아 자신의 아래 꿇린 그 힘은 누구의 힘인가? 도대체 압제자는 누구인가? 앞뒤를 잘 살펴보라. 삐뚤어짐이다. 그런데 이제 그 힘에 짓눌려 있는 것은 또 누구인가? 마지막 문단을 잘 보라. 삐뚤어짐이다!
이 말은, 악이 펀치를 뻗었는데 그 펀치가 되돌아와 악을 가격한다는 말이다. 압제자의 폭력이 도리어 압제자 자신을 묶어둔다는 말이다. 본래 그 악은 내 속에 거주하기에, 악이 뻗은 펀치를 고스란히 '내'가 맞지 않았는가? 내 몸은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내 속의 악을 지키는 도구로 사용되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제는 악이 악하면 악해질수록 그 악한 힘은 다시 악에게로 돌아간다. 칼로 흥한자 칼로 망한다고, 악이 발악을 하면 할수록 그것은 자신을 소멸시키기 위해 힘을 쓸 뿐이다. 그래서 악은 커질 수 없다. 잠잠할 뿐이다! 곧 악의 발악은 곧 악을 묶어놓는 구속구가 된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악의 펀치로부터 자유롭다. 더이상 악을 보호하며 내 인격을 망가뜨리지 않아도 된다. 이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가?
바울이 말하고자 하는 사건은, 악이 죄 없는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개인과 사회와 국가와 제국을 동원하여 총공세를 펼쳤던 그 사건이다. 악이 쏟아부은 힘은 온통 악에게 되돌아왔다. 왜냐하면 그는 몸에 속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리적 폭력은 말그대로 물질에 닿는다. 그러나 그는 몸을 해하는 이를 두려워 않고, 참된 인격을 주시는 하나님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그에게 내리친 혼신의 따귀는, 그의 왼뺨이 되어 돌아왔던 것이다. 악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해골언덕 나무 처형틀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