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1:1,2a가 한 문장 입니다.

 

(1절) Ἀρχὴ τοῦ εὐαγγελίου Ἰησοῦ Χριστοῦ,

(2절) καθὼς γέγραπται ἐν τῷ Ἡσαΐᾳ τῷπροφήτῃ· 

 

  직역해보면, 

 

그리스도 그 복음의 시작(입니다),이것은 예언자인 그 이사야 안에 기록된 바와 같습니다.(개인번역)

 

  이 문장을 따로 떨어뜨려 놓아서는 곤란합니다. 마가는 복음의 시작을 선언하면서, 이 복음이 이사야 안에서의 복음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복음'을 이야기 하려면, 이사야를 언급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지요. 같은 의미의 문장이 반복되지만, 마가는 복음에 관해 말하며 그 출처를 이사야로 못박아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사야에 정말 '복음'이 나오는지 확인해볼까요?

 

이사야 40:9, 새번역
좋은 소식을 전하는 시온아, 어서 높은 산으로 올라가거라.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는 예루살렘아, 너의 목소리를 힘껏 높여라.
두려워하지 말고 소리를 높여라. 유다의 성읍들에게
  “여기에 너희의 하나님이 계신다”
하고 말하여라.

 

ἐπ᾽ ὄρος ὑψηλὸν ἀνάβηθι, ὁ εὐαγγελιζόμενος Σιων· ὕψωσον τῇ ἰσχύι τὴν φωνήν σου, ὁ εὐαγγελιζόμενος Ιερουσαλημ· (9절, LXX)

 

  9절에 나옵니다. 물론 ευαγγελιον이라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명사의 형태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서구의 존재론적 철학의 전통을 따라 우리도 명사병에 걸려선 곤란합니다. 문맥 안에 의미를 담고 있는지가 중요하지요. 그리고 같은 단어가 있냐 없냐를 사전식으로 확인하는 것은 때로는 뻔히 써있는 의미도 놓치게 만들곤 합니다. 

 

  이사야가 예언한 "시온(예루살렘)에 목소리 높여 전하라고 했던 좋은 소식", 이것이 곧 마가의 복음입니다. 그리고 9절에 '복음'이 명시된다고 해서 9절만 복음에 해당한다 말할 수 없어요. 이사야 40장의 1절부터 이어지는 이사야 내용 전체가 '복음'에 관한 것이고, 마가는 이 이사야 이야기의 맥락을 알고서 그 이사야의 복음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마가복음 서두부터 천명하는 것이지, 9절만 따로 떼어놓고 사유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이사야 40장 없이 복음을 말한다는 건,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임을 알 수 있지요. 이사야 없는 복음 해설은 앙꼬 없는 찐빵이고, 마가라는 네비게이션을 버리고 스스로 길을 찾아보겠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사야의 맥락 없이, 문맥을 벗어난 복음 이야기에 교회는 대단히 익숙합니다. 길을 잃어버린 사람이 외치는 "여기가 복음!"이라는 소리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반응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