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악으로부터의 구출, 출애굽
그리고 성경은 이 아브라함 언약 이후, 이 언약이 실제로 어찌 이루어지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아브라함 언약의 맥락과 내용에 대해서는 앞선 글에서 말씀드린 바 있으나,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정리해보겠습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찾아오신 것은 타락의 절정 바벨탑 사건 이후였습니다. 이 역사의 맥락 위에서 아브라함 언약의 진의가 드러납니다. 아브라함 언약은 인간의 타락으로 엉망진창이 된 세상을 바로 잡으시려는 하나님의 방법이었습니다. 그 언약의 내용의 골자는 "내가 지시한 땅으로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즉 1) 자신이 살던 삶의 모습에서 벗어날 것이 요구됩니다. 이후 한 사람이 여러 사람(민족)될 것이 약속됩니다. 즉 2) 새로운 삶의 모습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새로운 삶에 하나님이 함께 하십니다. 이것이 복의 정체입니다. 복은 다름아닌 3) 창조주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입니다. 그 분을 정말로 아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증명하는 문제를 가지고 양 편이 논쟁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살아봐야 안다는 말입니다. 그 분의 언약을 믿고, 그 뜻따라 살아봐야 알 수 있는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은, 사람들이 보기에 참으로 어리석은 방법을 통해서 세상을 고치려고 하십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집 떠나와 주실 땅으로 향하던 아브라함에게, 기적같이 아들이 생기고, 그 후손들은 하나님과 함께 하며 약속 지킴을 이어나갔습니다. 아브라함에서 이삭으로, 이삭에서 야곱으로, 그리고 야곱의 열 두 아들들은 이스라엘의 열 두 지파의 효시가 됩니다. 이렇게 '언약 백성 이스라엘'이 탄생합니다.
그림에서 보시면, 맨 왼쪽에 있는 그림들은 '창조'와 '타락'을 뜻합니다. 그 아래 손가락이 형상화한 것이 아브라함과 하신 언약입니다. 그리고 이제 성경은 그 언약 백성 이스라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들의 시작은 기이하게도 노예 생활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세상의 타락을 해결할 하나님의 카드인 이스라엘은 강하거나 똑똑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전혀 희망을 걸 수 없는 상태에서부터 언약이 이뤄집니다.
그들이 이집트에 갇힌 사연은 이러합니다. 야곱과 그의 열 두 아들들이 살 적에, 큰 기근이 일어났습니다. 아들들이 시기해서 팔아버린 열 한 번째 아들 요셉은 하나님의 도우심을 따라 이집트의 총리로 앉아 있었고, 하나님이 주신 지혜로 큰 창고에 곡식을 비축해두어 그 기근을 극복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야곱 일가는, 자신들의 형제 요셉이 이집트의 총리로 앉아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른채 이집트에 곡식을 꾸러갑니다. 그래서 나중에 서로 형제임을 알게 되고, 용서하고, 화해하는 이야기가 창세기 마지막 대목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을 거쳐 야곱 일가는 이집트에 들어가게 되고, 그 이집트에서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보이며, 이제 야곱 일가는 민족으로서의 규모를 갖추게 됩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역사는 잊혀지고, 요셉을 모르는 파라오가 이집트의 왕위를 차지하자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날이 갈 수록 숫자가 불어나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두려워했던 파라오는, 이스라엘의 갓난 아이들을 도륙하고, 이스라엘 사람 전체를 이집트의 노예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는 출애굽 이야기입니다. 출애굽 이야기를 다음 일곱 개의 요소로 분류하고, 차례대로 설명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1) 악한 압제자
2) 선택된 지도자
3) 하나님의 승리
4) 희생을 통한 구원
5) 새로운 사명과 생활 방식
6) 하나님의 임재
7) 약속된 유업의 땅
1) 악한 압제자
이집트의 왕 파라오입니다. 그는 언약 백성을 가두어 노예 삼고 있는, 하나님에게 맞서는 자입니다. 이것을 앞에서 보았던 창조의 키워드들을 놓고 생각해봅시다. 그는 하나님이 '좋게' 지으시고 사람에게 다스리라고 주신 피조물들을, 우상으로 만들어 자신의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합니다. 하늘, 나일강, 흙, 개구리, 메뚜기 등 당시 이집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피조물들을 신으로 격상시키고, 그 신들이 자신(파라오)를 섬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가르친 것입니다. 즉 '나쁘게' '잘못 다스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사람들이 '다스림'이란 말을 부정적인 어휘로 듣는 것은 파라오 같이 다스리는 사람들이 역사 속에 많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언론과 미디어를 손에 쥐고, 사람들에게 거짓 이야기를 믿게 해서, 자신들의 위치를 지켜내려는 사람들은 분명 파라오를 닮았습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출애굽 이야기에서 파라오는 세상의 왕이 아니라 하나님 뜻에 반역하는 악역이라는 점입니다. 그는 마음이 완악해져서(굳어져서) 이스라엘 가는 길을 끝까지 방해합니다. 그의 마음이 굳어지는 것은 한 편으로는 이스라엘에게 괴로움일지 모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뜻이 이집트 땅에 충분히 이뤄지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이것에 대한 내용은 아래 3) 하나님의 승리를 보시기 바랍니다.
2) 선택된 지도자
하나님은 지도자를 선택하셨고, 이 지도자는 이스라엘을 이집트로부터 출애굽시킵니다.모세입니다. 그는 파라오가 이스라엘의 인구증가를 막기 위해 갓난 아이들을 도륙하던 시절에 태어났습니다. 갈대상자에 숨겨져 목숨을 부지한 모세는, 하나님이 선택한 지도자로서, 파라오에 맞서고, 마침내 이스라엘을 출애굽시키는 민족의 지도자로 등장합니다.
3) 하나님의 승리
완악한 파라오의 이집트에 열 가지 재앙이 떨어졌습니다. 하나님의 승리는 '폭로'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파라오가 피조물들을 잘못 읽게 해서 사람들을 지배했다면, 하나님은 그 피조물들이 오히려 파라오의 이집트를 망치도록 하십니다. 거짓된 이야기의 허위가 폭로된 것입니다. 흔히 "칼로 흥하면 칼로 망한다"는 말처럼, 자신을 흥하게 하기 위해 써먹었던 자연물들이, 이제는 진정한 주인이 누구이신지를 드러내며 파라오를 공격합니다.
열 가지 재앙이 이집트에 떨어지는 와중에도 파라오의 마음은 완고합니다. 그의 완고함 '덕분에(?)' 재앙은 열 가지가 모두 떨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후에는 이집트에 처음 난 것들이 모두 죽는 재앙이 떨어지자, 그제서야 비로소 이스라엘을 놔줍니다. 카톨릭에서는 출애굽기를 '탈출기'라 부르지만, 이것은 탈출의 그림이 아닙니다. '파라오 굴복기'입니다. 세상의 거짓 왕이, 하나님 앞에서 무력하다는 사실을 증명함에 다름 아닙니다.
4) 희생을 통한 구원
그리고 출애굽 이야기의 절정은, 죽임 당하는 어린양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양을 잡아다가 그 피를 문설주에 바른 집들은 열 번째 재앙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 어린양의 죽음 덕분에, 파라오는 항복을, 이스라엘은 출애굽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어린양을 죽여 문설주에 바르고, 이집트를 탈출했던 그 날 밤을 기념하는 날이 이스라엘의 '유월절'입니다.
이후 파라오는 변심하여 자신의 군대를 총동원해서 이집트를 빠져나가는 이스라엘을 뒤쫓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가는 길을 내어주었던 홍해는, 이집트에게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열 가지 재앙으로 나라 전체가 파탄났던 이집트는, 최후에 전병력을 바다에 수장시켜 나라 전체가 망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언약 백성을 붙잡고 있었던 거짓 왕이 끝장나버린 것입니다. 그렇게 바다는 닫혔고, 이스라엘은 새로운 삶의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5. 광야에서의 단련
5) 새로운 사명과 생활 방식
어린양의 죽음으로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은, 홍해를 지나 광야로 나아왔습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광야로 데리고 나아오셨던 것은, 이들이 이집트에서 처럼 살다간, 세상의 타락을 뒤집기는 커녕, 오히려 그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 불보듯 뻔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가르쳐주려고 하십니다. 이 새로운 삶을 통해서 모든 민족에게 복을 주는 아브라함 언약을 이루는 것이, 이들의 사명입니다. 이것이 출애굽의 이유입니다.
그러한 삶을 위해서 주어진 것이 '율법'입니다. 율법은 성경의 맨 앞 다섯권의 책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인데, 이 책들은 십계명으로 대표되는 613가지의 계명들과,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스라엘 서사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율법을 이루는 삶은, [죄]의 문제에 허덕이고 있는 세계 각처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타락을 뒤집어, 하나님과 사람이 다시 화해하는 길이기도 했습니다.
6) 하나님의 임재
위대한 목적을 위해 부름을 받은 이스라엘은, 다른 민족이 누리지 못하는 특권을 얻습니다. 그 특권이란 다름 아닌, 온 우주를 지으신 창조주가 그들 가운데 함께 하신다는 사실이 그들 눈에 분명히 드러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광야를 걷는 동안, 구름 기둥과 불 기둥이 그들을 안내했고, 그들이 거주하는 텐트 한 가운데에는 하나님의 텐트, 곧 성막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참으로 [복]이었습니다.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과 함께 한다는 것 외에 더 큰 복을 어찌 찾을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하나님과 함께 하는 생활을 살고, 또한 이것을 모든 민족에게 알릴 책임이 있었습니다.
6. 마침내 이뤄진 다스림
7) 약속된 유업의 땅
그들의 목적지는 바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땅이었습니다. 민족도 얻었고, 복도 얻었습니다. 이제 정착할 땅만이 남았습니다. 땅을 얻는 날에, 아브라함 언약이 성취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광야에서의 단련이 끝나고, 이제 하나님께 부름받은 백성의 삶이 그 땅위에 꽃피우길 기대하면서.
빛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가, '율법(토라)' 이야기입니다. 창세기부터 신명기까지의 이야기를 듬성듬성 요약해본 것입니다. 아마도 위의 큰 그림들을 기억하면서, 직접 성경을 읽어보는 것이 더 정확하리라 생각합니다. 어찌되었든,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림은 하나로 연결되고, 우리는 이 이스라엘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겠습니다.
창세기가 진화에 반박하는 구시대적 논리로 읽히고 있는 오늘날이지만, 창세기를 포함한 토라 자체가 가진 이야기는 과학에 대한 반박도 아니고, 옛 사람들의 원시적인 발상도 아니었습니다. 토라는 인간과 세계에 발생한 문제를, 하나님이 어떻게 해결하실지를 밝혀놓은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성경의 이어지는 내용들은, 다 이 토라의 울림 안에서 이뤄지는 인간과 세계의 이야기, 그 인간과 세계 안에서 '언약에 충실하신 하나님'이 이 문제를 어찌 해결하시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부터 7에 이르는 그림 하나하나를 눈여겨 봐주시기 바랍니다. 인간과 세계는 본래 '좋게' 창조되었으나,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기를 거절했고, 이것은 곧 인간 자신의 문제(수치와 죽음)임과 동시에 지구의 문제(악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지구를 '다스리는 것'이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인간의 책임이었으나,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타락으로 인해, 다스림이 이뤄지기는 커녕, 악은 점점 퍼져나가 지구 전체를 장악했습니다. 인간에게 기생하여,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악'은 결국 그 목적인 생명 소멸을 이뤄나가며 승승장구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하나님의 해결책은, 아담과 하와를 그들이 살던 땅에서 내보내서, 그들의 후손인 아브라함을 찾아와 맺은 언약입니다. 그 언약의 내용은 하나님이 이 문제를 아브라함 후손을 통해서 해결하신다는 것이었고, 이것에 대해서 하나님은 생명(피)을 걸고 보장하셨습니다.
그 아브라함의 후손이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고 있을 때, 하나님은 찾아오셔서, 다시 그들이 살던 땅에서 내보내셨고, 그들을 시내산으로 이끄셨습니다. 그 곳에서 모세를 통해 다시금 '언약' 하셨습니다. 그래서 아브라하 언액의 갱신으로서, 이스라엘에게 토라가 주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언약백성을 편지로 삼고자 하셨습니다. 즉 하나님께 지음 받았으나, 하나님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 그들을 보내서, 하나님과 계약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새로운 삶을 통해서, 자신을 알리고자 하셨습니다. 이것은 마치 부부처럼, 결혼이라는 계약을 통해 새로운 관계로 돌입한 두 사람이 신방을 차리듯, 이스라엘에게 가나안 땅은 그렇게 주어졌습니다. 그 땅은 이스라엘이 하나님과 사랑 안에서 참 인간의 모습을 구현하도록 주신 것입니다.
그럼 이제 우리가 물어야 할 다음 질문은, '그 가나안 땅 위에서 언약백성 이스라엘은 타락의 문제를 해결해 나갔는가?' 하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아브라함 언약은 성취된 것일까?' 하는 물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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