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이후 쉼표를 찍으면, 이 시 전체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계란이라는 명사에 수식할 수도 있겠지만.
나의 사랑은 묵은 사랑. 딱딱한 외피를 가지고, 먼지를 뒤집어쓴 채, 움직이지 않는 사랑이다. 그래서 벗겨져야 하는데, 움직여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가 않아. 붉은 파밭이 그 붉음을 떨어뜨려내고 푸른 새싹을 돋아내듯, 새로워지지 않으면 안되는데, 안된다고만 생각할 뿐, 나는 나를 바꿀 수 없다.
그 새로움이란, 나의 굳은 상태를 버리고, 새로이 너를 얻는 새로움인데. 나를 버리고 너를 얻는 새로움인데. 생각만 한다.
생각만 가지고서 괴로워하던 나에게, 새벽녘에 찾아오는 조로의 물. 대낮의 장렬하는 태양에도 마르지 않을만큼 충분히 나를 적시는 그 생수. 거룩한 숨. 비로소 내가 새로워질 수 있는 이유. 내 힘 아닌데, 내 속에 있는 힘. 그이의 힘. 창조의 숨결.
내가 굳은 사랑 고집하며 참 사랑하지 않았음을 뉘우치며, 그 숨결 가득한 마음에 눈물을 쏟는다.
이제 내 마음을 보아라. 새 마음이 지어졌으니, 온통 푸르름. 나를 버리고, 너를 얻으련다는 야들야들하고, 먼지 닦인, 약동하는 사랑. 삶, 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