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성경아카데미> 장학금 심사에 제출했던 설교문(21/07/12)
1.
이 땅의 푸르른 청소년 여러분, 오늘 여러분들에게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하나 해주려고 해요. 이 기묘한 이야기를 잘 들어보 세요. 이 옛이야기는 하늘로부터 바다에 큰바람이 불더니, 네 마리의 동물들이 바다에서 올라오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이 바다에서 올라온 동물들은 땅 위에 사는 사람들을 괴롭게 하기 시작합니다. 이 동물들에 관한 묘사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데요. 날개가 달린 사자가 포효하고, 사람의 갈빗대를 입에 물고 있는 곰이 입맛을 다십니다. 날쌘 표범은 머리가 넷인데 각각이 주위를 살피고 있고, 마지막으로 이빨이 쇠로 만들어진 괴물은 자신 앞의 모든 것을 부수고 있습니다. 본래 동물이란 창세기에서 아담이 이름을 붙여주었던 것들이지요. 그런데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동물을 다스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그 동물들에 의해 사람들이 끔찍이 짓밟히는, 즉 유대인들에게는 창조 질서가 거꾸로 뒤집힌 것으로 읽힐 이 위기 상황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여러분이 가진 성경에서는 ‘짐승’이라 번역되었지만, 사실 원문으로는 동물과 짐승은 같은 단어를 달리 번역한 것이에요). 특히 이 네 번째 짐승의 머리에는 뿔이 열 개가 달려있는데, 이 뿔들은 돋아나기도 하고 뽑히기도 합니다. 뿔 세 개가 뽑히고 그다음 나온 뿔이 가관이었어요. 하나님께 맞서며 교만하게 떠들고 있었거든요.
좋으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좋은 세상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상황, 참으로 괴로운 상황입니다. 그런데 반전이 벌어집니다. “옛적부터 항상 계신 이”라는 분이 자신의 보좌에 앉아있는 모습으로 이 이야기에 등장합니다. 불꽃이 일어나는 바퀴 달린 의자에 앉은 채로 나타나신 그분은, 셀 수 없이 많은 천사들이 시종을 드는 가운데 책들을 펴고 재판을 시작하십니다. 이것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아까 넷째 짐승에게서 돋아난 작은 뿔은 여전히 교만방자한 말을 내뱉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판결이 내려지기를, 바로 그 넷째 짐승은 죽임을 당하고, 그 시체가 뭉그러져 타는 불에 던져 졌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세 짐승은 권세 를 빼앗겼습니다. 그리고 그 목숨 줄만은 보존되었어요.
그리고 이 이야기의 백미인 “인자 같은 이”가 등장합니다. 그는 하늘 구름을 타고 그 옛적부터 계신 분에게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그 옛적부터 계신 분은, 바로 그 “인자 같은 이”에게 나라와 권세와 영광을 주고, 모든 민족의 사람들이 그를 경배하게 하셨습니다. 이로써 짐승들이 통치하던 시절에서, 인자 같은 이가 통치하는 시절로 정권이 교체된 것입니다. 이 짧은 이야기는 그 인자 같은 이가 옛적부터 계신 이로부터 받은 권세가 영원한 권세이고, 옮겨가지 않을 것이고, 그의 나라가 멸망하지 않을 것 이라 확언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2.
여러분 방금 들은 이 이야기는 다름 아닌 다니엘의 환상 이야기입니다. 다니엘 7장에 나오는데요. 다니엘 하면 풀무 불에 들어간 세 친구 이야기는 자주 접할 수 있지만, 이 환상 이야기를 세밀하게 다룬 적은 드문, 우리에게 낯선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이방 제국의 군홧발 밑에서 신음하던 유대인들에게 이 이야기는 잊을 수 없는 이야기, 자신들의 삶을 이해하게 하는 이야기, 그리고 희망을 가지고 버틸 수 있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다니엘 7:15부터 읽어보면, 우리는 이 환상에 대한 해석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환상은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어요.
-네 마리 짐승들은 이스라엘을 지배하던 네 나라이고(7:23),
-네 번째 짐승의 머리에 있던 열 뿔도 왕들을 가리킵니다(7:24).
-그리고 그 빠진 세 개의 뿔 뒤에 나타난 뿔은 교만 방자한 왕인데, 이 왕이 하나님의 백성에 맞서 전쟁을 일으키고, 심지어 승리합니다(7:25).
-그러나 옛적부터 계신 이가 등장하고 그분이 거룩한 이들의 권리를 찾아주셔서, 마침내 그들은 다시 나라를 다시 되찾게 됩니다 (7:26,27).
그럼 이 다니엘의 환상 이야기가 포로 생활을 하던 유대인들에게 어떻게 들렸을지 생각해보세요. 자신들이 마침내 나라를 다시 찾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단순히 기대 정도가 아니라 확실한 미래라는 사실을, 바로 이 이야기에서 확인했을 것입니다. 이건 ‘앞으로 우리 잘 될 거야’ 식의 격려가 아니었어요. 하나님께서 다니엘을 통해 주신 확실한 희망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 태어나시기 100여 년 전에 시리아의 안티오코스 4세가 예루살렘 성전에 제우스 신상을 가져다 놓으며 유대인의 심기를 자극할 때도, 유대인들은 이 다니엘의 환상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저항하고 시리아를 몰아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것을 오늘날에도 “하누카”라는 명절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들이 그렇게 목숨을 건 전쟁을 통해 시리아를 몰아내고도 다시 유대는 로마 제국의 포로가 되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즉 하누카를 통해서는 다니엘의 환상에서 말하는 “영원한 나라”는 도래하지 않았고, 시리아를 몰아낸 유대 영웅 마카비는 다니엘의 환상 속에 등장하는 “인자 같은 이”는 아니었어요.
그러나 마카비 혁명 이후에도, 다니엘의 환상 이야기는 여전히 유대인의 가슴 속에 남아있었습니다. 이후 유대인들은 시리아에 이어 로마의 지배를 받게 되었는데, 그 시절에도 “인자 같은 이”를 기다리며 저 짐승 같은 제국들의 통치가 뒤집어지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한 사람이 나타났어요.
3.
그 무렵 유대 땅에 나타난 한 나사렛 출신의 청년은 자신을 “인자”라고 칭했습니다. 이것은 사람들에게 이 다니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었고, 그 이야기에 여전히 희망을 걸고 있던 많은 유대인은 그 사람을 따랐습니다. 예언대로 짐승들의 통치를 끝장낼 것을 기대하며 말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자신을 인자라 칭한 그가 로마 제국에 의해 죽임당하셨을 때,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그를 욕하기 바빴습니다. 그리고 그가 죽고 사흘째, 사람들의 기대 없이 그가 무덤에서 다시 살아나셨을 때, 그것을 목격한 사람들마저도 어안이 벙벙하여 그가 다니엘의 환상을 새롭게 성취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사도들조차 여자들이 전했던 그이의 부활 소식에 코웃음 쳤으니까요. 그러나 이 전대미문의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두근거림이 가라앉고, 성령을 받은 사도들에 의해 그 부활의 의미가 드러나기를, 바로 죽고 살아난 그분께서 다니엘의 오랜 환상대로 악한 통치를 뒤집고, 옛적부터 계신 이로부터 모든 나라와 권세와 영광을 받으신 만왕의 왕이심이 선언되었 습니다. 예수. 여러분과 제가 섬기는 바로 그분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를 만났던 바울의 기록을 세심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요.
에베소서 1:19~22, 새번역
또한 믿는 사람들인 우리에게 강한 힘으로 활동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얼마나 엄청나게 큰지를, 여러분이 알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능력을 그리스도 안에 발휘하셔서,
그분을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리시고,
하늘에서 자기의 오른쪽에 앉히셔서 모든 정권과 권세와 능력과 주권 위에,
그리고 이 세상뿐만 아니라 오는 세상에서 일컬을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만물을 그리스도의 발아래 굴복시키시고,
그분을 만물 위에 교회의 머리로 삼으셨습니다.
우리가 방금 함께 읽었던, 바울이 에베소 교회로 보냈던 편지의 한 대목에서 우리는 다니엘의 환상 이야기의 성취를 봅니다. 부활하신 예수께서 하늘 구름을 타고 하나님의 우편으로 나아가셨고, 나라와 권세와,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나게 되는 영광을 받으신 것을 말입니다. 즉 예수의 부활과 승천은 그가 “인자 같은 이”로서 유대인의 오랜 이야기를 마침내 이루신 분이심을 보여 주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이기신 것은 한낱 제국 정도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권세들에 대한 승리였습니다. 다니엘에게 주신 환상 그대로 말입니다.
4.
타락한 권세를 이기신 분을 따르는 청소년 여러분, 여러분은 오늘 이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다니엘의 이야기는 오랜 옛이야기면서도, 곧 오늘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환상 이야기를 다니엘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창작한 것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말씀하시고 그대로 이루시는 언행일치의 하나님의 것이라면, 그리고 이 이야기가 자신을 인자라 칭하신 예수와 관련이 되어있다면, 예수를 따르는 우리에게 이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비출 만큼 진실합니다. 이 이야기는 예수의 영원한 통치를 가리키고, 예수는 이 이야기를 따라 하나님의 통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셨습니다.
다만 다니엘이나 2000년 전 유대인들에게 이 이야기는 그 성취가 고대 되는 먼 미래의 이야기였다면, 우리에게는 이미 성취를 확인한 이야기라는 결정적인 차이, 곧 메시아 예수께서 만드신 차이가 있습니다. 이 결정적인 차이를 느끼며, 다니엘 7장의 한 대목을 읽어봅시다. 이것으로 오늘 설교를 마칩니다, 되찾은 나라의 성도 여러분.
다니엘 7:21,22, 새번역
내가 보고 있을 때에, 새로 돋은 그 뿔이 성도들에 맞서서 전쟁을 일으키고, 그들을 이겼으나,
옛적부터 계신 분이 오셔서, 가장 높으신 분의 성도들의 권리를 찾아 주셔서, 마침내 성도들이 나라를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