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교단은 담임목사직 승계에 대한 총회(총회장 유충국목사)의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그 주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담임목사 청빙은 각 교회의 고유 권한이다.

둘째, 담임목사직의 승계는 영적 리더십의 승계이다.

셋째, 세습이라는 용어 사용을 금하며 신앙적 관점에서 '승계'라고 부른다.


  입장 발표야, 이 땅에 서 있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보기엔 대신 교단 총회는 몇 가지 중대한 오해를 하고 있으므로, 저도 나름의 입장을 말해보겠습니다.


첫째, 담임목사 청빙은 각 교회의 고유 권한이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담임목사 청빙을 그 교회에서 알아서 해야지, 누가 대신 해줄 수는 없을테니 말입니다. 이 글을 쓰는 것도 저의 고유 권한입니다. 제 소유의 컴퓨터를 가지고 제 생각을 쓰는 권한 행사는 누가 대신해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의 권한 행사는 제가 속한 사회와 동떨어진 결정일 수 없습니다. 권한 행사는 그 권한 행사를 지켜보는 사람들에 의해 평가받기 마련입니다. 교회의 담임목사 청빙에 대해서 좋지 않은 이야기들이 나오는 와중에 대신 교단이 기껏 한다는 소리가 "고유 권한"이라니, 참담한 심정입니다. 원래 고유 권한이었습니다. 각 교회가 자신들의 고유 권한을 잘 행사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려야 할 총회가, 이 시점에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말을 하는 것은, 우리는 이 문제에 손을 떼겠다는 것으로만 보입니다.

  '권한'은 희랍어로는 엑수시아(εξουσια)입니다. 그리고 교회의 엑수시아는 교회에게 맡겨지기 전에, 하나님으로부터 옵니다. 만일 대신 교단이 대형 교회의 세습을 교회의 '고권한'이라며 묵인한다면, 세인들은 오히려 교회에게 이렇게 물을 것입니다.


마가복음 11:28, 새번역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합니까?
누가 당신에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습니까?


  이때 대신 교단의 교회는 이 "고유 권한"을 설명해야 하겠지요. "이 권한은 우리 고유의 것이에요" 라는 동어반복적인 대답 말고, '대형 교회의 아들 세습'이 왜 성경적인 권한인지를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왜 총회는 성경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교단 소속 교회를 이 대답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모는지 모르겠습니다. 마 하나님으로부터 온 권한이라는 말을 못하겠어서 고르고 고른 단어가 '고유 권한'인가 싶기도 합니다.


둘째, 담임목사직 승계는 영적 리더십의 승계이다.


  제가 조금 성급했던 것 같습니다. "둘째"로 내려오니 성경적인 근거들이 있네요. 그럼 성경적인 근거인지를 따져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일단 저 "영적"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그 단어 사용에 좀 더 신중했으면 합니다. 신약성경에서 '영적'이라고 번역하는 말은 '프뉴마티코스(πνευματικος)'와 '로기코스(λογικος)'입니다. 전자는 "성령적"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원문에 더 가까울 것이고, 후자는 "이치에 합당한"이란 뜻입니다(로마서 12:1). 그런데 아무데나 "영적"이란 말을 붙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대신 총회는 어떤 의미로 "영적"을 사용한 것인지를 검토해봅시다.


  '담임목사직의 승계가 성령적 리더십의 승계이다.' 라고 읽는다면, '담임목사직 = 성령적 리더십'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럼 우린 다시 '성령적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규명해야 합니다. 설마 담임 목사님은 성령을 받고, 다른 사람들은 성령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목사님을 따라가기만 해야 한다는 의미로 "영적"이란 말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혹은 담임 목사님은 성령과 더 친밀하고, 다른 사람들은 덜 친밀하기 때문에 담임 목사님을 따라야 한다는 말도 아니겠지요. 그럼 남는 것은 교회는 성령 받은 사람들의 모임이니, 리더십 앞에 붙는 "성령적"이란 말은 '성령받은 사람들 안에서 성령받은 사람의 리더십'을 가리키는 말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 성령받은 사람들 안에서 성령받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사람이 왜 '아들'로 국한되는 것입니까? '성경에 명시되지 않았으니 괜찮은 것'이라는 말은 성경적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영적'이란 말을 '이치에 타당한'으로 읽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담임 목사직 승계가 이치에 타당한 리더십의 승계이다'. 세상에 이치에 타당한데 세상이 왜 그렇게 그 "승계" 때문에 이리도 시끄럽겠습니까? 사람들이 이치가 없어서요? 영적인 것을 몰라서? 그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이 "영적 리더십의 승계"에 대해서 시끄러운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하나는 도대체가 "성령적"인 것 같지가 않아서, 다른 하나는 도대체가 "이치에 타당한 것" 같지가 않아서.

  교회는 반드시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해명해야 할 것입니다. 대형 교회를 아들에게 넘겨주는 것이 왜 "성령적"이며 "이치에 타당한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나온 말이 '고유권한'과 '성경에는 명시되지 않음'이라니. 세상이 교회를 어떻게 보겠습니까? 안타까워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셋째, 세습이라는 용어 사용을 금하며 신앙적 관점에서 '승계'라고 부른다.

  '세습'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 아버지가 시무하시는 가난한 교회를 맡아서 섬기는 아들을 누가 욕하겠습니까? 대신 총회가 내놓은 발표문 내용 중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세습이라는 단어에는 "재산, 신분, 직업등을 한 집안에서 자손 대대로 물려받음'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그러니까 '승계'로 하자? 그런데 저는 자꾸 읽어봐도 대신 총회가 뭔가 대단히 착각에 빠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문제의 요점은, 마땅히 "승계"해야 할 담임목사직을 "세습"하고 있으니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문제는 가만히 내버려두고 단어를 고치는데 그렇게 엄중한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금하며"라니! 각 교회의 고유 권한이랄 때는 언제고, 이제는 각 교회의 고유권한에 관련된 명칭에 관해서는 총회가 아주 엄숙한 제스쳐를 취합니다. 아, 깨달았습니다. 총회는 교회의 "고유 권한"에는 간섭할 수 없으나, 그 "명칭 사용"에는 엄중하게 금할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군요.

  하지만 총회가 소속 교회들에게 엄중하게 금해야 할 것은 따로 있지 않습니까?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대신 총회의 발표에 대해서, 제 입장을 아래와 같이 정리합니다.


첫째, 담임목사 청빙은 각 교회의 고유 권한이다.

-권한 행사의 주체는 각 교회이나, 이 사실이 그 권한의 내용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둘째, 담임목사직의 승계는 영적 리더십의 승계이다.

-'성령 받은 사람들 안에서의 리더십' 승계가 왜 '(부자)세습'으로 변질되었는지에 대해서 세상이 의아해하고 있다. 교회가 세습을 고집하려면 바로 이 점에 대해서 설명해야 한다.


셋째, 세습이라는 용어 사용을 금하며 신앙적 관점에서 '승계'라고 부른다.
-대신 총회가 용어마저도 금한 그 '세습' 따위가 교회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 이 사안의 핵심이다.



p.s. 아, "고유 권한" 드립의 레퍼런스를 찾았습니다.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14726

"최낙중 목사는 교인들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담임목사 청빙은 당회의 고유 권한이고, 반대하는 교인들도 얼마 없다고 했다. 

"아들보다 아버지 목사의 의지는 더 확고하다. 최낙중 목사는 "두 번 부결 났지만 상관없다. 당회가 또 결의하면 된다. 어떤 교회는 다섯 번이나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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