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번 여러분이 줬던 질문들을 앞으로 하나씩 해결해 나가기로 했지요? 오늘은 그 중에서 영빈이가 물었던 "오는시대는 언제 와요?" 라는 질문을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그 동안 "오는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더니, 기쁘게도 오는시대가 언제인지를 궁금해하는 친구도 생겼네요.

  만일 제가 여러분에게 정확한 시간을 물어봤다고 합시다. 그냥 시간이 아닙니다. 정확한 시간입니다. 그랬더니 찬승이가 답합니다. "5시 42분이요." 아니, 그거 말고 정확한 시간. 그랬더니 찬승이가 다시 대답합니다. 5시 42분 23초요. 제가 다시 묻습니다. 그거 말고 정확한 시간. 찬승이가 다시 시간을 들여다보니 5시 43분이 되어 있습니다. 제가 100번을 다시 묻는다고 해서, 우리가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을까요? 시계 바늘이 똑-딱 하고 움직인다면, 그 똑과 딱 사이에는 눈금이 없습니다. 그 눈금 없는 곳에 눈금을 그린다한들, 그 눈금 사이에는 또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생겨버릴 거에요.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정확한 시간을 탁 잡아낼 수 없습니다. 다만 흐른다는 사실만을 알 뿐이에요. 이 흐르는 강물 속에 우리가 발을 담궜다가 뺐습니다. 그러다 다시 담궜습니다. 처음 발 담군 강물과 다시 발 담군 강물은 같은 강물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처음 발 담궜던 강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영영 가버렸습니다.

  오는시대도 마찬가지에요. "저는 몇월, 몇일, 몇시부터 오는시대에요". 이렇게 말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다만 시간은 흐를 뿐이에요. 우리는 이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기고 따라가고 있습니다. 5시부터는 뭐해야지, 6시부터는 뭐해야지. 이런 식으로 말하지만, 사실 이런 시간도 시계의 눈금을 따라 어림잡아 말할 뿐입니다.

  그래서 오는시대에 대해서는 딱 시간을 꼬집어서 "이때부터 오는시대에요" 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오는시대의 시간은 시계로도 표현할 수 없고, 달력에 체크할 수도 없는 시간입니다.

2.
  그런데도 오는시대가 언제인지 말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궁금하지요? 우리말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혹은 "이제". 이 말을 써서 말하면 오는시대를 표현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시간은 끊임없이 지금이 지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이제가 지나가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흘러가는 모든 것이 지금이고, 흘러가는 모든 것이 이제이기 때문에, 그저 이제 라고 말하면, 오는시대도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는시대는 반댓말이 있습니다. "현시대"입니다. 우리는 짐승이 통치하는 시간을 현시대로, 그리고 인자가 통치하는 시간을 오는시대라고 배웠지요. 그럼 영빈이의 질문을 이렇게 고칠 수 있겠네요. "인자가 통치하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그리고 정말 인자의 통치를 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람에게 "당신이 인자의 통치를 받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라고 묻는다면, 그 사람은 대번에 이렇게만 답할 거에요. 아침에 물어보든 저녁에 물어보든 밤에 물어보든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지금", "이제", "오늘" 이렇게 말할겁니다. 모두 지금 이 순간을 가리키는 표현이에요.

로마서 6:22, 개인번역
그런데 이제는 여러분이 비뚤어짐으로부터 해방되었고,
하나님의 곁에선 노예가 되어, 여러분의 열매를 얻고, 하나님닮음에 이릅니다.

  그러니까 만일 누군가 우리에게 "당신은 언제 오는시대를 살고 있나요?" 라고 묻는다면, "일요일이요", 혹은 "예배드릴 때요" 이렇게 말하면 그 사람은 인자의 통치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인자가 통치하는 시간은 일요일로 제한할 수도 없고, 예배드릴 때만 인자는 통치하시지도 않습니다. 인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지금'이, '이제'가, '오늘'이 오는시대에요.

3.
  그런데 "어? 저의 지금은 오는시대가 아닌걸요?" 이렇게 말하는 친구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친구에게는 예수님 말씀하신 이 구절을 꼭 보여주고 싶어요.

마태복음 11:12, 개인번역
그런데 세례 요한의 그 날들부터 지금까지
하늘들의 통치는 폭력을 당하고 있다,
그리고 폭력을 휘두른 사람들은 그 통치를 붙든다.

  예수님이 혹여나 우리에게 폭력을 휘두르라고 하시겠어요? 이 폭력은 사람을 때리라는게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를 폭행하라는 말입니다. 그럼 하나님의 통치를 폭행하라는 말은 무슨 말인가요? 오는시대 속으로, 하나님의 이제 속으로, 인자의 통치를 받는 지금으로 맘 먹고 들어가라는 말입니다. 때리면 그저 말없이 얻어맞는 하나님의 통치처럼, 오는시대는 내가 들어가겠다고 맘 먹으면 들어가는 시간입니다.

  들어가세요. 승천하신 인자의 통치 속으로.
  들어가세요. 그런데 어제는 이미 지나갔으니 소용없고, 내일로는 절대 못들어갑니다.
  들어가세요. 지금 말입니다. 지금 뿐입니다. '이제' 아니고서는 못들어가는 통치입니다. 아주 좁지만,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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