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0일 오전 11시 11분. 
엄마의 장례를 마치었다.

  엄마의 화장은 그야말로 비현실이었다. 저 흰 가루들이 그간 살아서, 우리를 그토록 보살펴주었다니, 이것은 믿기 어려운 일일테지만 사실이다. 오늘날 내 존재가, 내 기억이 그것을 증명한다. 

  엄마는 살아서 나와 함께 33년을 사셨다. 공생애를 마치시고, 돌아가셨다. 엄마를 그간 지탱해온 물질들을 네번째줄 다섯번째 잔디에 묻었다. 그 인격이, 김명희됨은 하나님께로 돌아갔다. 

"돌아가셨으니, 돌아오신다." 
흙은 흙으로, 인격은 하나님께로 그 나온 데로. 허나 돌아가기만 하지 않으리라. 삶이 돌아가기만 하는 것이라면, 이 슬픔을 가눌 길이 없을 것이다. 나는 믿는다. 돌아가기만이 아니라, 돌아갔던 것이 모두 돌아온다. 그저 돌아오지않고, 배가 되어 돌아온다. 흙이 아닌 영체로, 간염에 취약한 이 허망한 살몸 아닌, 예수님의 완전한 그것으로. 인격과 하나되어. 

  그러니 끝까지 울지 않으리라. 하루를 힘입어 살다보면, 우리가 다시 얼싸안고서 그간의 아픔들을 씻어내는 날이 분명히 올테니까. 화장터의 현실이 지극히 비현실이었던 이유는 이 소망이야말로 분명한 현실이기 때문이라. 엄마 투병하는 동안 입고 있었던 외투를 벗어야 할만큼, 이제는 정말로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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