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은 포이베, 개역성경에는 '뵈뵈'라고 되어있는 이 여자를 보낸다. 이 여자의 손에는 <로마서>가 들려있다. 이럴 수가 있는가?
일단 이 여자는 이방사람이다. 게다가 포이베는 희랍신화에 등장하는 "우라노스와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티탄"의 이름이다. 과연 기독 공동체는 이 '포이베'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용납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 사람은 여자다. 오늘날이야 "여자가 뭐 어때서?"하겠지만, 당시 여자는 재판에서 증인으로 인정도 안되던 시절이다. 증인으로서 신뢰할 수도 없는 이를 통해 복음이 전파되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사람들이 그녀를 맞이하고, 그녀의 말을 경청하는 것 자체가 충격적인 장면이었을 것이다. 세상이 인정하는 신뢰의 기준들을 깨뜨리고, 그 안에서 참 인격을 발견하여 인정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분명 쉬운 일이 아닐텐데 말이다.
그녀는 씻어난 이다. 따라서 이방인이든, 여자든 할 것없이 성도로서 그녀를 맞이해야 한다. 그녀는 성도이기에 우리의 가족이다. 그녀가 어떤 이름을 가졌든, 어떤 성별이든 중요하지 않다. 그녀의 손에는 <로마서>가 들려있고, 우리는 그녀의 말을 신뢰한다.
그녀는 많은 이들을 뒤에서 돕는 사람이다. 아마도 여성 사업가가 아니었을까? 지중해 연안을 돌아다니며 장사하는 사람이었을까? 바울도 그녀의 도움을 받았다. 그녀는 믿을만한 사람이다.
[2]
이제 "문안하세요"가 여러번 등장한다. "팔로 끌어안다"다는 의미다. 한자로 問安은 '안부를 묻는 것'인데, 팔로 끌어안는 것과 안부를 묻는건 좀 많이 다르지 않나? 그래서 '찾아가'라는 말을 넣었다. "찾아가 안아주세요" 오늘 상갓집에 갔다. 찾아가 안아주는 일은 말 없이도 위로가 된다.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할까? 찾아가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위로하고 위로받는다. 서로 숨이 통한다.
이제 바울은 다섯개의 공동체를 언급할 것이다. 아마도 로마 지역안에 있는 모든 공동체가 이 다섯개가 아니었을까싶다. 로마에 편지를 보내면서, 로마에 있는 어느 공동체라도 빼먹었을리 없다.
먼저는 브리스길라와 아굴라의 공동체다. 이 두 사람은 바울의 목숨 위해서 자신들의 목숨을 내놓은 적이 있다. 타인의 호흡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들의 호흡이 끊어질 각오를 한 적이 있다. 이 일을 바울이 무척이나 고마워하고, 바울로 인해 복음을 전달받아 공동체를 이룬 다른 민족들도 고마워한다. 이 공동체에 있는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을 바울은 문안해달라 말한다. 찾아가서 안아주란 말이다. 하나임을 확인하라는 말이다.
브리스길라, 아굴라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 대해서도 바울은 추억이 있다. 에파이네토스. 그는 로마 지역에서의 첫 수확이었다. 때가 무르익어, 인격이 알알히 영근이들을 믿음의 공동체로 추수하는 일의 첫 알곡이 바로 그다. 또한 일을 많이 하는 마리아. 같은 핏줄에, 같은 수감생활을 했던 안드로니코스와 유니아. 사랑하는 암플리아, 그리스도 안에서 함께 일하는 우르바노스, 사랑하는 스타퀴스,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인정받은 아펠레스. 나는 그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이들은 그들의 사건들 속에서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ㅏ'로 끝나는 사람들이 명단이다. 여자라는 말이다. 초기 예수 공동체에는 여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3]
두번째 공동체는 '아리스토볼로스'의 공동체다. '아리스토'는 '귀족'이고, '불로스'는 '뜻', '협의'라는 의미인데, 모르긴 몰라도 이 사람은 귀족이었을 것이다. 이 사람 밑에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그리스도 공동체가 결성되었던 것 같다. 그 안의 핵심인물 역시 여자다. 헤로디오나. 바울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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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공동체는 '나르키수스'의 사람들이다. 이 공동체에는 트뤼파이나와 트뤼포사가 있다. 아마도 남매가 아니었을까? 페르시다와 로포스. 그리고 그의 어머니가 있다. 그의 어머니는 곧 나의 어머니라 바울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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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공동체는 에슁그리토스, 플레곤, 헤르마, 파트로바, 헤르메스가 있는 공동체다. 바울은 그들도 우리의 가족이라 말한다.
마지막으로 다섯번째 공동체는 필롤로고스와 이유리아와 네레아와 그의 가족, 올륌파와 이름이 기록되지 않은 성도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다.
한 공동체당 20명이라고 계산해도 100명남짓이다. 그 큰 로마 전체에 성도가 100명. 그런데 이 100명이 나중에 어찌되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단순히 인원 문제가 아니다. 문안의 문제다. 서로서로를 찾아가 안아주는 사람이 도시에 100명이 있었을때, 로마가 어찌 되었는가? 이 100명은 자신있게 말했다. "그리스도의 교회가 여러분을 찾아가 안아줍니다" 이렇게 100명은 서로 연결되어 사랑했고, 하나였다. 서로를 위해 뜨겁게 사랑했던 추억으로 가득했던 그 100명. 그리스도를 대표한다. 세상은 그들로 인해 거짓 가치를 버리고 뒤집힌다.